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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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을 아는 자는 초월을 경험할 수 있을 듯 싶다. 트라우마를 소재로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갖도록 사색의 기회를 주는 책이다. 붓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초반부에 왜 붓다가 이토록 수양에 전념했는지 알 게 해준다. 붓다 자신도 유년기에 어머니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었던 탓이다. 세계 3대 종교의 시원이자 열반의 경지에 이르렀던 붓다의 삶을 조명하며 트라우마는 감추고 숨길 게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라서 우리에게 트라우마가 의학적으로 어떤 내용이고, 왜 불교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지 잔잔한 어조로 설명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 내 존재의 틀을 완전히 깨트리는 게 바로 트라우마다. 우리는 친구와 헤어지거나 잠자리에 들 때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이 말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 다음 날 혹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긍정과 낙관의 사실이 바탕에 자리한다. 이러한 절대성을 깨는 것이 트라우마니 얼마나 위력적인지 가늠이 가능하다. 트라우마는 불교 용어로도 많은 연결점이 있다. 꺼지다, 즉 불을 입김으로 불어 끄다에서 끄는 주체가 없다는 뜻은 자신이 트라우마를 조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탈도 그리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셈이다. 가장 울림이 큰 말은 "내가 나 자신의 엄마다"라는 말이다. 처음 듣는 비유라 어리둥절했고, 그 말의 내용을 따로 읽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단벅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건네준 가장 따뜻한 말이자 현명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멀리하려는 심리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트라우마는 이러한 속성을 호기심으로 삼아 더욱 가까이 가야 치유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즐겨 사용한 핸드폰 벨소리마저 듣기가 무서웠다고 하는 이야기에서 일상생활에 잠재한 트라우마가 정도를 떠나 얼마든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명상의 시간에 갑자기 울려퍼진 그 벨소리에 잠시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아 트라우마를 해소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아끼지 않고는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없다. 존재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고통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명상 혹은 자기 암시 등으로 무의식의 나를 만날 때, 또는 그런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진정한 자유에 이를 수 있다. 저자를 통해 불교의 정적인 아름다움과 인생의 의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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