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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동물 - 파국적 결말을 예측하면서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인간의 심리
더글러스 T. 켄릭 외 지음, 조성숙 옮김 / 미디어윌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적 동물이라 생각한다는 점도 사실 많은 발전을 내포한 진보다. 종교적 사관에 얽매이게 되면, 진화마저 거부한다. 게다가, 사람이 신의 피조물로서 동물은커녕 동물 우위에 있는 대단한 존재로 포장한다. 그리고, 항상 그 종교의 우두머리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읊조린다. 이 책의 제목, 진화에 대한 열린 사고, 정설을 뛰어넘는 주장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우리는 분명 동물이다. 신을 떠나 우주가 제공한 생명 탄생의 가능 지대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의 한 분파에 지나지 않는다. 이성은 인간에게 있어 지구상의 여타 동물과 차별화를 이루는 매우 강력한 특징이고, 앞으로도 사람을 지배적 존재로 만들 유일한 에너지다. 이러한 인간의 진화론적 측면을 살펴보면, 경제적 합리성과는 동떨어진 행태로 결정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비이성적 판단마저도 사실은 진화론적 측면에서 이성을 강화하는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웠다. 이러한 점은 많은 사례를 분석해 핵심을 아우르는 통찰력에서만 얻어낼 수 있는 결과다. 우리에게는 일체화된 자아만 내재해 있는 게 아니다. 책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 영화의 일반적인 플롯을 따라가다가도 다른 조건에 의해 소구력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공포물과 애정물의 변환으로 우리는 같은 존재이면서도 극명히 대립되는 선택을 한다. 바로 부분 자아라는 존재 탓이다. 뇌는 워낙 복잡한 기관이다보니, 우리 스스로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고 일관적 모습을 훼방하기도 한다. 부분 자아라는 개념은 어찌보면 메타 인식의 한 부류가 아닐까 싶다. 여러 환경에 의해 무의식적 영향이 누적되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채널을 망각하고, 이 때문에 메타 인식을 하기 전에는 온전히 자신을 알 수가 없다. 이성의 동물은 무분별한 선택과 어리석은 결단으로 부분 자아를 여럿 만들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과정이 곧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책은 너무나도 재기발랄하다. 처음 접하는 사례도 많았고, 인식의 틀을 새롭게 형성하는 데 큰 자극도 받았다. 파국적 결과를 피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본인도 모르게 하는 파국적 행동, 이는 어찌보면 우리가 이성적 동물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에 대한 방증쯤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저자의 통찰력과 분석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