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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노동은 고된 느낌, 땀과 스트레스, 여가 없음을 포괄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신성한 노동을 외치며 모두 땀흘려 일해 일군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그 가치에 대해 어느 누구도 칭송해 마지 않던 시대는 발전으로 인해 조금씩 퇴색되었고, 이제는 노동하면 무조건 투쟁하는 것 정도로 인식이 굳어졌다. 빨간 머리띠를 둘러매고 단체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 손에는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주먹을 허공에 내지르며 타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장면이 노동의 시대상이다. 노동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의 노동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서구적인 사고가 배어든 노동상을 강력히 제시해 다소 이국적인 느낌도 묻어나고, 우리와는 다른 인생관도 느낄 수 있었다. 하와이같은 서비스 중심의 국가를 가면, 많은 사람들이 놀러가 쓸 돈을 마련하고자 단순 서비스직부터 고된 음식점 노동까지 마다하지 않고 수행한다. 저자가 말한 노동에 가까운 풍경이다. 굳이 노동 시간이 많고 적음에 토를 달지 말고, 일하라는 뉘앙스의 의견은 하와이에서 본 일꾼들에게는 딱 해당되는 이야기다. 반면, 노동 조합으로 단체권을 행사하는 한국을 비롯 몇 국가는 이런 주장이 달가울리 없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은 두 가지가 될 수 있었다. 하나는 파업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노동자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새로움, 다음은 저자가 주장한 노동을 즐겁게 생각하고, 설령 나쁜 노동이 있다면, 좋은 노동으로 옮겨가거나 바꿔보라는 식의 노동말이다. 시간을 제한 없고, 대신 산업화 시대처럼 무지막지한 노동 환경과 열악한 복지를 의미하는 게 아닌, 일한 만큼 보상받는 구조에서 노동 시간을 더욱 늘리라는 의미의 새로움은 솔직히 새로움을 넘어 인간 본능에 반하는 새로움이 아닌가 싶어 처음에 이 주장을 접하고 어리둥절했다.그러나 읽으며 저자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유럽이나 재정을 말아먹고 있는 그리스 등은 노동 개념이 땀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산업 동력이 훼손되고, 갖가지 노동에 집중할 유인을 봉쇄하는 복지 정책으로 말미암아 위기에서 벗어나는 속도도 느리다. 프랑스의 노동 시간도 조금은 공격하고 싶은 부분이다. 일을 너무 안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우리 입장과 저자 입장에서 그렇다. 토요일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로서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새롭고, 보상이 뒤따른다면 정말 환영할 만한 노동 철학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