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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혜리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질시대에 새롭게 기록된 멸종은 6번째다. 인류가 지구에 터를 잡기 전, 존재의 흔적조차도 없던 시기에 이미 수차례 대멸종을 겪은 터라 6번째가 종말이라거나 특정 종교에서 떠드는 휴거와는 솔직히 결과론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종교에서 떠드는 것처럼 대단한 현상은 아니다. 지구에는 아주 오랜 주기로 한 번씩 지구 대변화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숙연한 자세로 멸종을 바라보고 받아들이자는 취지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도 인간이 초래한 멸종의 원인이 더 많기 때문에 각성하자는 차원에서 이와 같은 슬픈, 그리고 두려운 책을 쓴 것이다. 합리적 이성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면 저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다. 종교에서 말하는 멸종은 수수방관에 사후 세계에 평온만을 바라고 있어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은 기후변화 협약에 전면적으로 미온적이었고, 국가 내에 이산화탄소 총량 증가가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며 헛소리를 떠들고 다니는 부류도 꽤 있다. 종교와 같은 현상이다. 그저 그간 살아온 행보에 변화를 주기가 귀찮고, 여러 이유로 두려움도 있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이성을 버린 채 유사 무리 속에서 자신의 타당성 찾는 것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포함해 이 책은 반드시 지구인으로서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과학을 고등학교 때 배웠고, 대학에서도 쓰잘떼기 없는 학점 관리에 아까운 학점을 지구과학 교양에 써버린 경험이 있다. 지구과학을 배울 때는 그다지 신비롭거나 재미나지 않았다. 지질과 화석, 별자리, 태양계 등을 직접 보여준 적도 없고, 현장 수업이나 마땅한 시청각 자료도 없어 그저 지루하고 암기만 해대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교수를 보며, 미안하지만 나도 당신보다 잘 가르칠 수 있겠다는 마음도 강렬히 치솟아 교수에게 살짝 대들기도 했었다. 너무 못 가르쳐서 짜증났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지구과학 교수로 활동하면 정말이지 와닿는 바가 커서 학생들도 기온상승과 우리 소비와 생산 부산물이 멸종을 부추기고 있음을 체온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동물, 지질시대의 용어들이 섞여 있어 한편의 지구과학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읽었다. 하지만, 그 수준은 최고다. 달달 외웠던 지질시대의 지층들을 다시 만나 반갑기도 했다. 가장 만만했던 암모나이트를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