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질문 김영사 모던&클래식
로버트 노직 지음, 김한영 옮김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적 사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그. 로버트 노직. 그의 글과 사고가 제대로 살아숨쉬는 멋진 책이다. 임팩트 있는 표지와 집중력을 고조시키는 돼지 한마리를 보며,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오른 걸보면 적어도 소크라테스는 아는 나를 목도할 수 있었다. 책은 역시 쉽지 않은 주제로 연이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래도 왜 사는지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의 형태와 방향이 늘 흔들리는 우리에게 버거운 주제가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솔직히 철학적 사고를 따라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더욱 도전적으로 노직의 참신한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노력했다. 사고를 분수와 비례로 설명하는 대목에서 역시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정치는 지그재그라는 부분도 읽으면서 그의 깊은 통찰력을 발견하고 음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흡족했다. 소크라테스처럼 인생을 큰 시각에서 성찰하는 사람이 이제는 극히 드물다. 예전에 철학을 공부하다고 하면, 배고파서 죽어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었고, 실제로 철학을 공부하다 실성하거나 심신건강을 잃은 중년도 제법 보았다. 동양철학은 자칫 잘못 빠지면 미신에 가까워지고, 서양 철학은 사고의 잣대를 잃고 머리만 뒤죽박죽되어버린다. 그런 수준의 철학은 이제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대중적 철학도 활개를 치고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고, 인문학 강연과 쉬운 철학서적이 서점가를 점령하면서 이제 사는 이유와 가치를 논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은 갖춰졌다. 윤리 시간엔 변증법을 배우지만, 정작 그게 어떤 형태인지 객관식 문제 풀이용으로 피상적 접근만 허용한다. 물론 아주 명석하여 시간이 남아 변증법의 정반합 이상의 실질 사고 체계를 익힌다면 문제 없지만, 대개는 여러 과목을 학습하느라 헤겔은 변증법, 정반합, 그리고 그에 따른 예시문 암기가 전부다. 이렇다보니 대학에 입학하고나서도 철학을 자발적으로 접하지 않으면, 고등학교 수준 그대로에 머무른다. 이런 허무한 영혼의 무게가 싫고 역겨워 시작하게 되는 자발적 학습이 필요하다. 불확실과 혼돈의 시대에 역시나 인간을 인간답게 이끌 근간은 철학이다. 다소 생각을 글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그 의미가 완전히 독자에게 전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로버트 노직같은 우수한 철학자의 책을 읽고 생각하다보면 사고의 힘이 생겨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소크라테스처럼 본질과 의미를 언행으로 보여준 철학자를 다시 만나는 기회로도 이 책은 사실 의미가 크다. 성에 대해서,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노직의 생각을 느끼며 나의 지적 미약함을 다시 마주했다. 상당히 떨리는 마음과 설레는 기분으로 노직의 이번 저작을 내려놓는다. 다시 또 멋진 생각이 가득한 신간을 기대한다. 플라톤의 실재 벡터와 행렬은 다룬 파트는 정말 백미다. 다시 읽어도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