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덕일의 고금통의 1 - 오늘을 위한 성찰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이 방대한 자료를 대체 어떻게 수집하고 분류한걸까? 작가란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일반 소설 작가도 아니고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학자로서 이와 같은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단한 양을 매 페이지마다 만나며 그저 감사했고, 역사학자의 고충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메모와 독서가 필요하겠나 싶다. 이 책은 독특한 구성이다. 내용이 1장을 넘지 않는다. 가볍게 짚어들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분량이고, 끝을 맺는 간략함이 풍부해 독자에게는 역사를 쉬운 소설 읽듯 다가설 기회를 제공한다. 내용은 제목과 조화를 이룬다. 워낙 단편적이라 특별히 기억나는 주제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프란체스카 교황이 한국을 찾으면서 천주교 부분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내용은 일부다처제와 일부일처제에 관함이었다.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수장 이승훈은 외국 신부로부터 여자를 데리고 갈 수 없다는 명을 받자 한국인으로서 단 한 명의 여성과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옛날부터 천주교는 일부일처제를 중시했고, 교리로 삼은 듯하다. 당시 한국은 일부다처제가 만연했고, 사이비 종교도 공통적 특징이 일부다처제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욕정을 감싸며 종교를 영위했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종교와 언론을 통해 익히 들어온 여러 사이비 집단은 하나같이 여성을 욕정 해소의 도구로 삼아 영혼을 갉아먹었다. 다른 주제로는 정약용이 흑산도에서 유배기를 보낸 내용이다. 700명이 채 안되는 섬에 마치 섬마을 선생님처럼 등장한 정약용은 그곳에서 엄청난 다작을 이루었다. 가벼운 주제도 많다. 가장 슬기로운 피서법에는 독서가 최고의 피서로 소개된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권했던 휴가로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하라고 왕이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그 분이 세종대왕이다. 예전 언론 기사를 통해 일본 기업에서도 한 때 독서 휴가를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현재는 여러 분야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이지만, 여전히 기초과학과 인문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고 있다. 어쩌면 독서를 내재한 그들의 습관에서 비롯된 힘은 아닐까. 하지만, 한국은 휴가를 부여해도 독서를 할리 만무한 추세를 보인다. 독서율이 도무지 오르질 않고 있으며,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책들이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정치류들이라 안타깝기도 하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다. 반수생이라는 주제도 흥미롭다. 70의 나이에도 시험을 치르게 해달라고 읍소했다는 내용을 보며, 명문대를 갈망하는 시대상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라고 느꼈다. 입시제도가 하도 많이 바껴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반수생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새로웠다. 고금통의는 여름 휴가에 정말 딱 맞는 책이다. 교양서로 이만한 분량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