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징비록의 탄생을 배경부터 내용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자 그동안 좁게 만 바라본 임진왜란에 대한 인식 재고를 일으킨 책임에 틀림없다. 역사서는 고증이 필요하므로 때로는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자와 연도의 등장은 단골 스토퍼다. 물론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독자가 이 책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류성룡이란 분에 대한 전반적 인지가 이미 공고히 되었기 때문일게다. 그런 점에서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인물이고, 임진왜란의 한가운데에서 이순신 장군을 천거하고 함께 조선이란 망운이 깃든 나라를 지키고자 애면글면 노련한 사실들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우리의 역사이자 식민통치 이전에 가장 굴욕스러운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명나라와 일본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려 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당시 분할 통치가 너무나도 명약관화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의 우연이 작용한 탓인지 그런 우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정말 다행이도 분할 통치를 벗어났다. 명나라가 전쟁터를 조선으로 옮기기 위해 일찍이 파병했다는 사실도 놀랍기 그지없고, 약소국의 짜증이 배가되는 장면이다. 전쟁터로 활용하고 한때는 우리 영토였던 요동지역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라니 말이다. 만약 당시 임진왜란이 이순신의 보급로를 차단하지 못했다면, 조선을 비롯해 한국의 DNA는 과연 무엇이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끔직하다. 임진왜란이 명나라와 왜의 수작대로 분할로 넘어갔다면, 그 이후의 역사는 지금과 달라도 많이 달랐을테다. 한글도 없을 수 있고, 지금의 우리도 아닐 수 있다. 식민통치가 장기화되면 속국이 되어 자신의 혼을 잃게 된다. 멕시코를 보면 민족의 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신대륙으로 넘어온 백인들에 의해 각종 질병과 학살에 따른 병목현상으로 극소수의 멕시코인이 남은 이후, 그들은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이처럼 임진왜란이 지금과 같은 결과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불확실한 존재가 되는 운명이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당시 병력으로는 사실상 왜구를 물리칠 수 없었다. 신무기인 조총을 지닌 왜는 당시 대국이었던 명나라마저 능하나는 전략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끔찍한 영토 침탈에 강탈당한 조선 백성들이 갑자기 측은하고 가엾다. 나라는 역시 강해야 한다.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허구에 가깝다는 사실, 이를 방증할 증거가 약하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그럼,대체 당시의 조선이란 나라는 뭐였단 말인가. 류성룡과 이순신을 엉망으로 만들어간 선조만의 책임일까. 물론 그 책임은 크다. 왕권이 곧 천명이었던 시절이었으니.. 지금도 우린 삼국 사이에서 가장 약하다. 임진왜란의 역사적 사실, 식민통치의 아픔을 바보처럼 잊어서는 안된다. 각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