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부모로서의 역할은 의무와 본능으로 뒤덮여있어 숨쉴 틈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되면 모두 부모의 잘못처럼 느껴지고, 실상 훈육에 실패한 부모는 말년이 힘들다.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사춘기가 도래하면 누구하나 말짱 하지 않고, 무턱대고 반항하거나 집에 안 들어온다. 걔중에는 빨리 털고 학업에 정진하는 기특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부모 속을 썩이고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심지어 성년이 되어서도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도 태반이라 부모로서 삶을 산다는 건 장난아니게 힘든 일이다. 안타까운 점은 본인들이 아이를 낳고 키워봐야 비로소 본인들이 얼마나 망나니 같았는지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해도 부모의 고통은 끝난 게 아니다. 역지사지가 가능한다해도 현실 앞에서는 추상화 속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먹을 수도 없는 흐리멍텅한 상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맡긴다. 이 얼마나 속터지는 광경인가. 부모로 산다는 건 피곤을 달고 살기로 작정하는 것으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의 이야기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된다. 이유는 현실을 너무나도 제대로 직시하고 부모의 어려움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말하고 들어주기 때문이다. 심리학과 사회, 문화 등이 어우러진 저자의 부모학은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책의 구성상 팩트와 저명 인사들의 조언이 깃든 건 다른 책과 동일하지만, 철저히 부모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관점에서 확실히 차별화를 이뤘다. 구조화에 대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강해 머리에 남는다. 가족에는 피드백이 오갈만한 구조화가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피곤을 쉽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은 정답이다. 앞으로 부모로 살아갈 날이 길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면 좋으련만 태어난 이상 가정을 꾸리지 않고는 의무를 다한 것 같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부모가 될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부모로서 지녀야할 마음 자세와 현실을 먼저 알아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벌써부터 고민하게 된 점은 책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해박한 인상이 강한 저자에게서 스토리를 연결하는 기술도 엿볼 수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