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대구 조리법부터 읽어봤다. 일단, 나에게 대구는 낚시로 잡아내면 너무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생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은 대구의 통사라고 해야할 듯 싶다. 대구라는 단일어종이 인간의 식탁에 올라가면서 각종 변화가 시작되었다. 바이킹도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이며, 대구를 거의 절멸시킬 정도로 먹어치운 캐나다의 법률 제정도 대구의 유명세를 실감케 한다. 이제는 중국 시장까지 가세했으니 바닷 속 생태계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훼손될 것 같다. 뷔페가 등장하며 남획은 삽시간에 번졌지만, 다행인 건 대부분이 양식 어종이라는 점이다. 대구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구 역사를 살펴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은 물고기가 인류 문명사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구 무역은 노예 무역만큼이나 중요했고, 대구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쉽게 눈에 띈다. 영국과 아이슬란드의 전쟁 역사 중 대구 전쟁이 있었다는 점은 결코 웃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대구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며, 이는 조리법이 다양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긴 건 사실 감성돔처럼 멋있지는 않다. 엄청난 생명력과 생태계의 상위층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백만개의 알 중 2~3마리만이 성체로 살아남지만, 살아남는 대구는 잡식성을 발휘하며 환경에 적응한다. 대구 알 튀김이 맛있다고 소개되어있다. 먹어본 적이 없지만, 정말 구미가 당긴다. 책의 챕터별로 마무리 단락에 조리 방법이 조금씩 기재되어있다. 마지막 장의 조리법보다 더욱 맛깔스럽게 대구를 홍보(?)한다고 해야할까. 물고기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조리법까지 소개된 복합적인 서적은 솔직히 처음이다. 그런데, 이 책이 출판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저자의 해박한 대구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대구를 다루는 저자로서의 실력을 더욱 드높이는 것 같다. 세계의 역사는 아직도 대구에 의해 바뀔 수 있다. 마구잡이식 어획은 어류 자원의 고갈을 가져오고, 이는 대구를 비롯하여 각 문화권에서 빠질 수 없는 생선의 종말을 가져와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명체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사건과 시각이 존재한다니, 실로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