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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자 ㅣ 홍사중의 고전 다시 읽기
홍사중 지음 / 이다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장자의 제물론은 고교시절부터 내가 추구하는 삶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에는 자연 속에 내버려둔 삶이 하찮아 보였다.
사실 아직도 장자보다는 본인에게 엄격함을 요구하는 공자 쪽에 더 가까운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생각이 열렸다. 삶을 관조할 나이에 이르진 않았지만, 세상 이치가 내 뜻대로는 되지 않음을 받아들일 단계에는 이르렀고,
장자는 그런 삶을 먼저 살아보며 넉넉한 마음과 생각으로 삶을 살 것을 권했다. 이에 응답할 경험이 쌓였는지 움직였다.
고전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다시 읽어도 새롭고 언제 읽느냐에 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진다. 한 쪽다리를 형벌로 잃은
사람이 등장한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런 무거운 형벌을 받았는지 나오진 않는다. 억울한 일일 수도 있을텐데, 그에 대한
한마디 말도 없는 걸로 봐서는 초탈한 경지이거나 정말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겠다. 그의 말은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여 긍정적으로 현실을 이겨내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미색도 원해서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 넘어설 수 없는 하늘의 이치를 따져 힘들게 살지 말고 그냥 감수하겠다는 마음이다. 장자에게서 배울 점은 극한의 현실을 넘어서는 지혜다. 아무리 자신의 과오나 타인에 의한 피해를 절절히 생각하다 인생을 끝내는 게 아니라, 현실 중심으로 사고의 틀을 갖춰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하자는 장자의 가르침은 현대에도 잘 부합한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의 고전, 특히 이번 장자는 나에게 상당히 큰 힘이 되었다. 장자도 유가를 비꼬는 부분이 나온다. 무심으로 사람을 찾아냈을 때, 그런 사고가 나온다. 초월의 경지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닭도 마찬가지라는 대목은 자연 중심의 제물론다웠다. 1년 뒤 다시 꺼내 읽어볼 요량이다. 장자와 노자는 왠지 불멸의 선인들 같다. 자연에 가까운 분들이라 그런걸까. 아직도 살아계실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