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노벨문학상의 수상에 빛나는 작가가 맞았다. 앨리스 먼로를 처음 만난 건, 역시나 단편집의 묶음인 직업의
광채에서 였다. 그 책에는 앨리스를 비롯해 줌파 리하리, 토머스 맥구언, 짐세퍼드등 단편으로 필력을 쌓고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이 대거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앨리스 먼로라는 작가가 여성인지만 이름으로
알았을 뿐, 그이상에 대한 관심은 피어나지 않았다. 한국 출판계에서도 노벨문학상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출판이 보류되거나 간신히 최근에 나온 게 작가에 관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그랬을 뿐,
이미 고국인 캐나다에서는 상을 받았고, 부커상의 이력도 있다.
한국의 문학이 아직 국제적 흐름을 도외시하는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년 후보인 무라카미의
책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아쉬운 대목이다.
책은 그녀의 15편 단편으로 구성된다. 제목도 마지막장에 소개된 단편에서 온 것인데, 이 책의 제목만큼
강렬한 무엇이 있었다. 노년의 피아노원장의 인생과 차세대와의 연결을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그 속에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게 꿈틀댄다. 누구나 늙고 주 무대에서 점차 사라지거나 한 순간에 이탈한다.
그건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인데, 원장은 애정을 갖고 피아노를 가르쳐준 후학들이 점차 파티에 참여하길
꺼리는 모습으로 이를 표현했다. 상당한 시간을 두고 교육해온, 그리고 그것이 삶의 전부이자 요체인
원장에게 파티의 종말이 다가옴은 마치 우리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경각심과 세대를 전부 아우르며
흥미를 이어가기는 다소 노년의 세대에겐 무리라는 점으로 삶에서의 관계에 대한 휘발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15편의 단편 중 그림자의 춤이 가장 인상에 남는 이유는 아무래도 피아노를 오래 배웠고, 점차 퇴색되는
주변 사람들의 악기에 대한 관심때문일 것이다. 삶이 각박해지고 신경써야할 일들이 많아지자 현실화되었다는
이유로 취미와 특기가 전부 일반화되고 있다. 술자리, 등산, 잠자기, 여행, 육아 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게 이 소설에 깊게 흐른다. 삶을 면밀히 느끼고 관찰한 앨리스 먼로같은 작가나 표현이 가능한 일이다.
82세라는 사실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감각이 보인다. 물론 2012년에 은퇴를 선언했지만, 작품은 남으니
왠지 이 작품도 늙어보이지가 않는다. 처녀작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82세의 앨리스가 썼다고 믿으며
이 책의 가치를 경험과 성숙으로 삼을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