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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심리학 -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와의 만남
아네테 쉐퍼 지음, 장혜경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정에 참여할 수 있어 굉장히 색다른 체험이었다. 심령학에서는 사물에 깃든 사자의 혼령으로 말미암아 사물에도 무시못할 힘이 있다고 한다. 영화에 종종 봤던 장면이 스쳐지나가지 않는가? 고인의 물건을 들고 혼백이 가리키는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경찰과 그의 가족들. 한국에서도 한 때 케이블에서 집중 조명하며 사물의 심리학의 한 예시를 만천하에 방영했던 적도 있었다. 무척 흥미롭게 봤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초능력은 아직 신빙성이 인정된 사례가 없다. 그래도 종종 신기한 현상을 목도하며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처음 고찰했던 계기다. 이 책은 미신보다는 우리 본능에 근거하여 설명해내려간다. 스타인벡이 머물었던 호텔의 전 투숙객이 남긴 흔전을 보고 남긴 그의 말은 문학가다웠다. 짐승이라고. 노년에 들어서면 추억에 집착한다. 과거의 사물에 깃든 자신의 옛 모습으로 정체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런 모습이 낯설고 부질없어 보여도 우리 모두 피할 수 없는 현상이자 단계다. 정체성은 죽어서도 사물로 이어진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물을 계속 물려받아 사용하는 문화적 관행에서 우리는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 생과 사라는 갈림길이 만든 애틋함과 간절함은 죽은 후에도 사물에 남아 아직 이승에 존재하는 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고인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음을 넌지시 알린다. 결국은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흘려보낸 시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리학 서적답게 사례와 이론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이런 책의 설명법을 좋아한다. 사례없는 이론은 전공서적이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교양서적은 아니다. 중국에서 사물에 대한 소유욕이 커지고, 점차 자본주의의 폐해인 과소비에 길들어지며 우울증도 늘고 있다 한다.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 가치관의 변혁과 차이로 인해 우울증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경고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미 지나온 사회의 성장 과정이라 큰 걱정거리는 아니지만,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는 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명권의 사람은 모두 동일히다. 사물에 대한 인간 본위의 고찰보다는 존재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싶다. 묵직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