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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광채 ㅣ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2
줌파 라히리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이재경.강경이 옮김 / 홍시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직업에 대한 인생론적 관점이라고 봐야할 뜻 싶다. 무언가 공허하고 인생의 축처럼 답이 없이 흘러가는대로 끝으로 향하는 직업의 모습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다. 돈키호테처럼 무모하리만큼 기술적 대체가 일어난 분야에서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일한다. 관광가이드, 통역사 등 쉽게
대체되는 직업군에서 우리 인생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펜놀림이 장난이 아니다. 직업의 광채라는 말뜻처럼 직업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아이러니격 표현일테지만, 무력한 노동자들의 모습때문인지 자꾸 신경쓰이고 불편하다. 칼뱅의 직업소명론 덕분에 노동계층이 온순히 산업화에 동조할 수
있었고, 절약을 강조한 까닭에 저축이 늘어나 산업투자자본이 늘어나 선순화 구조를 일궈냈다. 포드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엄청난 수의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고, 노동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노동의 개념과 환경자체가 자본에 예속되면서, 산업의 발전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단순기술의 노동자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갈팡질팡하며 시스템과 사상이 만들어놓은 중산층의 범주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걸까? 주인공들처럼 그저 일하는 게 썩 괜찮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나태함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는 걸까?
이런 변화 자체를 제한하고 억누르는 활동은 말이 안된다. 다만, 사회가 재교육의 기회를 주고 인큐베이팅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주장을 모은다. 직업의 광채를 보며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 산업구조에선, 그 구조를 규제를 걸어 막을 것이 아니라 유연한 노동시장을
양성하되, 기업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잘 일구는 일차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둘째로는 사회가 재교육 기회를 십분 부여하며 이들을 끌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층위별로 나뉘고 계층간 갈등이 커지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직업의 광채에서는 직업 자체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사회화에서 요구되는 적극적인 적응 능력과 한시도 멈춰서는 안되는 참치처럼 끊임없이 배워야함을 느꼈다하면 너무 잔인한 논리인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돈키호테가 될수밖에 없는 사회지만, 어쩔 수 없이 매사 끈질지게 발전을 희구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를 이 책을 통해 나는
보고 말았다. 아쉬운 구석이 없는 책이다. 15명의 저자의 독특한 필력을 체험했고, 책의 디자인도 너무나도 심플하며 마음에 든다.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마저 보이니, 내용과 디자인, 양자의 승리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