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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보내는 상자 -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의 이야기
메리 로우 퀸란 지음, 정향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평점 :
단순히 잊혀졌던 기억일 뿐, 그것의 가치는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값져진 골동품처럼 향수와 정서를 담아 나를 움직인다. 어머니와 딸의 메모, 편지는 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지어졌으며, 한정된 시간 속에서 감정을 전달하며 울림을 만든다. 당시에는 간소한 일이지만, 훗날 돌이켜보면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일부가 된다. 스라져가는 기억을 가까스로 붙잡아도 우리 존재자체가 사라질 즈음엔 도대체 그것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답은 삶 전체를 가꿔나가는 자세로 찾아야 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다른 이들도 흡사하지만, 자신에게는 유일한 느낌이자 경험이다. 그곳에는 진보도 발전도 없다. 오롯이 따스함과 친밀함이 있을 뿐이다. 윤리와 도덕이 도전을 받는 시대가 오고, 모성애가 단순히 종족 번식의 용도라도 하여도,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감정과 기억을 단순히 뉴런과 대뇌피질에 의존한 화학작용으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스스로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을 사랑하듯이 그저 나니까, 그리고 어머니니까, 또 나의 누구이니까란 이유만으로도 그 순간, 그리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선이 어머니와 자녀간에는 없기를 바란다. 인간 관계는 모두 아날로그였으면 좋겠다. 활자와 영상 중심이 아닌, 체온을 느끼는 순수하며 유일한 경험 위주의 세상이 지속적으로 인류 문화에 뿌리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나 또한 펜을 쥐고 일기를 쓰련다. 잃어버리면 어떠랴.
나는 타이포그래피로 내 정서를 담아서 훗날 꼬부랑이가 되었을 때. 웃을 일 하나쯤 만들어볼 심산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엄청난 선물을 나에게 준 셈이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