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사 산책 2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 역사서엔 삽화나 사진이 있어야 제맛이다. 예전에 달력 시리즈물은 온통 글밖에 없는 역사서라 읽는 게
고역이었다. 그런 점에선 나에게 이 책이 잘 맞았다. 일단 저널리스트의 관점이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상세히 접근한 점이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딱 들어맞는
부분들이 많다. 제국주의 노선의 끝자락에서 명분도 없이 한국을 식민통치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 시각과
독일에 점령당해 피해를 입은 폴란드를 비롯해 접경 국가들과 홀로코스트를 당한 유대인의 시각도 참으로
와닿는 점이 컸다. 그동안 역사서를 많이 읽긴 했지만, 굉장히 큰 줄기만 파고든 경향이 있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마치 교과서적인 내용을 달달 읽어왔던 게 아닌지 후회도 조금 들었다. 그리고 전범
재판이, 권력층이 잘못 휘두른 폭행과 압제가 청산되지 않은 채, 그냥 끝나버린(가해 당사자들에겐 무척
다행스런, 그러나 피해자에겐 울분이 터질) 예들이 전세계적으로 비근하다는 점에 무척 씁쓸했다. 한국이
친일파 청산에 소홀했다면, 유럽은 독일의 15명 홀로코스트 전범자들이 고작 4명만 빼고는 두 발 쭉 뻗고
잘먹고 잘살다 갔다는 저자의 지적에 짜증이 확 밀려왔다. 600만을 가스실에서, 강제 노역으로, 또 아무
잘못도 없는 집시들은 그저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몇 십만명을 학살한 이 광기를 넘어서 비인간적인 이들의
행동에 어떤 잘못도 묻지 않고 넘어갔다는 점에 실망했다. 활발한 사상적 교류가, 문화 부흥의 기원인 유럽에서
이처럼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점을 보며, 인간의 모순된 성향을 발견했다. 책을 찬찬히 읽어가며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유럽의 20세기를 색다르게 확인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의 명성에 걸맞은 내용이요, 저자의 철저한
준비가 느껴지는 걸작이라고 본다. 유럽사 산책 1도 마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