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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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그가 학교에 온다기에 무슨 재미난(또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려는지 궁금해 들렀다. 신선한 공약과 유명인사 임에도 뭔가 쑥스러워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하지만 정당정치를 부정하고 혁신하려는 그의 앞선 생각은 불가능에 가깝다 판단이 들어 자리를 그만 떠나려했다. 그때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마지막 질의 응답시간 새파란 학생들의 질문은 오직 학업이 취업의 열매를 따먹는 데 도움이 될까요에 집중됐다. 그는 한참 뜸을 들였다. 준비된 답변은 없었다. 목소리는 높거나 크지 않았지만 진중했다. 저편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이편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장내는 조용하게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답변은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느꼈습니다.‘에 가까웠다.

 

책은 사람을 닮는다. 먼저 주장하고 ‘나를 따라오시오’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가 결단력 없는 사람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가 따르는 국민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그를 많이도 따랐다. 우리에게 이런 접근법으로 국민의 동의를 먼저 청하는 리더가 있었던가?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 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정파를 떠나 그가 던진 대화법은 기성 정치인들 뿐 만아니라 삶의 정치적 장에 있는 일반시민들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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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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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못할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검은색 편지지의 이별 선언문 아직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해 미쳐버릴 것만 같다.

 

저자는 무엇보다 문학의 무서운 힘을 전하려한다. 철학 종교학 현대사상 현대문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풍부하고 깊은 해설은 문학이 혁명은 근간이었다는 진실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책을 읽는 다는 것,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다는 것. 읽을 수 있으면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미친 것일까 아니면 이세계가 미친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쓰는 문학 텍스트의 변혁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임을 폭력은 이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중세해석자 혁명도 루터의 종교개혁 ,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 도 모두 문학에서 잉태되었음을 저자는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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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국부론
우석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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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먹는 음식은 그 맛이 그 맛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그건 음식 아닌 화학 첨가물이기 때문이다.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 개인 힘만으로 절대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그의 현실진단은 암울 그 자체다 정치경제학 논리에 우리는 먹으면 안 되는 걸먹고 아이들은 잘 낳지도 않는 병에 걸린다. 이제 농지조차 시장에 내주게 생겼다. 유기농식재료는 고가의 하이엔드시장이 될 거라는 불길한 예언까지 덧붙인다. 이제 무얼 믿고 먹고 사나 저자의 해결책은 명쾌하다. 보편적 문제에 도사린 보편적 선택을 바꾸자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음식에 길들여진 오염된 입맛을 버리고 진정 합리적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당장 이용 할 수 해결방법은 가까운 생협을 이용하는 것이다.

음식을 가지고 사회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거대담론을 펼친 저자의 내공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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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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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폭력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폭력을 낳는다. ’는 글에서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의 살인자가 떠올랐다. 밤새 차가운 사무실에서 홀로 일해야만 하는 인간, 고립된 고독한 피로의 일상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다.

 

피로가 극에 달에 회사를 때려서 치우고 싶던 마음속 깊고 어두운 밤 이 책을 만났다.

가벼운 부피의 짧은 에세이로 참으로 간단히도 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규율사회 복종적 주체는 성과사회에 와서 성과주체로 바뀐다. 부정성 패러다임에서 긍정성 패러다임으로 전환은 착취의 대상이 타자에서 자기 자신으로 향한다. 주장은 현재 만연하고 있는 만성화된 신경증적 피로를 입증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성과 주체의 긍정성 만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정 하게하고 개인은 스스로 목표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하며 만성화된 피로를 달고 살게 된다는 설명. 이는 전일적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생산의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는 재화의 품질의 경쟁력이든 생산량 경쟁이든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것은 자본주의의 불문율이다. 경쟁자와 차이를 벌리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좁히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는 필연적 개인들이 빠르게 소진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계급적 차이를 무시하고 마치 모든 타자의 착취는 사라지고 모두가 자기착취를 한다식의 단순함도 위험하다. 임금생활자와 자본가는 엄연히 먹이사슬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전자가 타자를 위한 자기 착취로 살아간다면 후자는 타자의 착취를 위한 자기착취로 살아간다. 잘사는(well-being) 방법이 오직 잘사는(buying) 것에 있는 세상에서 소비자로서 지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 생산을 자본주의 본질로 보는 시각은 다소 시대착오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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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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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은 인텔리답지 않게 투박하니 두툼하고 따스했다.

별 뜻 없이 신청한 저자와의 만남 그와 악수를 하고나서 오는 길에 책을 구입했다. 온기가 사라지기전에 읽어야 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작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경험이 뿌리가 된 글은 아픈 시대와 공감하는 인간애를 지녔다. 자연, 과학, 사람, 자본 모두 이제 무한정으로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오늘날 보통사람들이 보통의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시대에 작가는 회의적 시각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 볼 수 있을까 묻는다. 세상인 던진 물음에 동서양의 선지자 소세키, 베버, 제임스, 프랑클 말을 빌어 오늘을 진단한다. 어쩌면 작가는 예고되지 않은 불가항력적 사고들이 사실은 누군가 이미 충분히 예고했음을 뒤늦게 발견하고 이와 같이 자신이 앞으로 일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써내려 간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독자보다 앞서서 묻고 답하지 않는다. 표면화 되지 않은 모두의 고민들을 공명하는 태도로 견지할 따름이다. 선뜻 제시 되지 않은 답을 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응축된 실타래를 풀게 된다. 지금 사회를 이루는 구성물 모두가 당연하다고 치부하는 것들을 한번쯤 의심해본 사람들에게 맹신에 가까운 모든 만능주는 사실 자신의 믿음을 모두 대상에 떠 넘겨버리는 응답(response)회피 책임(responsibility)회피에 다름 아님을 독자 스스로 회의 하는 의구심을 불러온다. 그럼에도 믿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태도는 사람이 같은 사람을 존엄하게 여기는 사회를 바라는 저자의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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