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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새해들어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처음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삶이라는 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나의 감정을 실어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독서의 과정이 훨씬 수월했다.
작가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약간은 공허할 수도 있는,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대답을 동시에 던져주고있다. 인간의 삶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저 이 폴 블릭이란 남자의 인생을 보여주면서, 세-라-비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기나긴 역사 속,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 스쳐지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무의미하고 허무함 그 자체이지만 완전한 무는 아니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된다는 것....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당연한 허무함 속에 우리 인간이란 가벼운 존재는 살아가고 있다. 작품 속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죽음처럼 죽어서 사라진다는 것은 공허함을 남긴다. 그러나 그 허무함과 공허함이 완전한 0이 아닌 이유는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 사람의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죽음과 그 뒤에 이어지는 욕망, 죽음과 그 뒤에 오는 탄생, 그리고 이 두 상반되는 이미지 쌍들의 전복, 이 모두가 인류라는 거대한 삶을 지속시키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도 허무해서 무의미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나무의 나이테처럼 미미한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기(작품 속에서 흔적없이 완전히 사라지는 인생은 없다)에 인생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인생은 의미있는 인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