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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이 책의 유명세 때문에 읽기 시작한 분들, 끝까지 읽기를 바란다. 당신이 투자한 시간의 가치의 100배를 되돌려줄 수 있는 책이다.

처음 몇 페이지는 웬 어린 놈이 투덜대기도 잘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중간 즈음에 들어섰을 때는, 부정적인 홀든 녀석의 시각에 짜증이 났다. 그러다 녀석의 독설적인 말투, 냉소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게 된다.

심지어는 책 앞 장에 이런 말까지 쓰게 됐다.

"세상에 대해 온갖 짜증이 다 났을 때, 누군가와 함께 세상을 욕하고 싶을 때, 가식의 탈을 벗어던지고 도덕, 선함의 무지막지한 억지를 밟아버리고 싶을 때 읽어야할 책!"이라고 썼다.

이정도면 녀석에게 전염된거였다.

홀든 콜필드에게 전염된 나는 책의 결말 부분도 다 보지 못한 채, 온갖 불만에 쌓여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사무실에서 당당히 책을 꺼내들고 결말을 읽어내려갔다.

그래, 일 안한다고 뭐라 하라지, 쳇~,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왠걸,,,, 다 읽고 나니, 이제껏 더럽고 타락했으며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상사들이 이해가 되는 게 아닌가.... 불합리한 것에 함구하고 있는 저들을 나는 더럽다, 추악하다, 나약하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장 나약한 것은 나였다.. 나는 순수한 게 아니었고 나약한 것이었다.

최근 탤런트 최진실의 자살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누구나 다 울화통이 터질 때는 그런 생각을 다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속에 그런 힘든 상황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구절이 있었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p.248

"먼저 인간들의 행위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고, 좌절한 인간이 네가 첫번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거야. 그런 점에서 보면 넌 혼자가 아닌 거지. 그걸 깨닫게 되면 넌 흥분하게 될 거고, 자극받게 될 거야. 현재 네가 겪고 있는 것처럼, 윤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민했던 사람은 수없이 많아." -p.249~250

그래, 세상이 불합리해도 거기서 나가면 나는 아웃이다. 나는 패배자다.

세상은 한순간에 누군가 혼자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 더 나아지겠지, 나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 라고 바라며 노력하고 "기다리는" 수 밖에.

현재에 내가 위치한 사회, 조직, 집단(홀든에겐 학교였다)이 불합리할 수 있다. 화가 치밀도록 날 못살게 굴 수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뛰쳐나가면 미래(홀든의 여동생 피비)는 더욱 막막해진다.

나 자신이 모든 불합리한 제도, 제도권에 영향력을 가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키워야한다.

그 동안엔 인내를 갖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나가 찾은 해답이었다.

그래, 나도 홀든처럼 횡설수설했다. 우리 주위엔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아도 '홀든 콜필드'가 많을 것이다. 그래, 친구들! 우리 기다려보죠!

그리고 나만의 생각에서 더 크게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버텨내는 것!

힘내라, 홀든!

이 세상이라는 호밀밭에서 자지 않고 깨어 밭을 지키는 캣쳐는 너 혼자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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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 베스트셀러다보니 무작정 집어들고 읽었다. 초반 이야기는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러나 작가의 담백하고 알찬 문체를 음미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파이 이야기"는 또 하나의 "로빈슨 크루소"처럼 어느 작은 인간의 표류 사건을 그 틀로 삼고있다.

인간 생존에 있어 최악의 상황에 빠진 주인공이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며 서바이벌하는가는 흔해 빠진 슈젯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면목은 그런 고리타분 흔해빠진 이야기 틀을 풀어내고 편집하고 짜맞추는 구성력에 있었다.

어느 소년이 힘들게 표류하다 살아남은 이야기(뭐, 그 속에서 동물들이 싸우고, 생고기를 뜯어먹는 장면들에 쩝쩝거리다 책을 접게 만들 수도 있었다)는 마지막 장에서 '다른 옷'을 입게 된다. 일본인들이 파이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자, 파이는 동물들 대신 인간들의 이야기로 자신의 경험을 꾸며낸다. 그제야 일본인들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은 믿을만한 현실적 이야기(인간들의 이야기)가 믿기힘든 상상의 이야기(동물들 이야기)보다 잔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는 파이의 목소리로 넌지시 말한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p.375)  실제로 '동물 이야기'가 진실이든, '다른 이야기(인간 이야기)'가 진실이든, 그것은 보고 듣고 받아들이는 주체에 달려있다.

우리가 말하는 사실, 현실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착각, 상상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어떤 절망도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위대한 작가들이 말하듯, 얀 마텔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절대성'을 부정하고 있다.

파이 이야기에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인간의 모습을 반추하도록 도입된 장치라면, 종교 이야기, 다시 말해 신에 관한 이야기는 '희망에 관한 담론'을 담기 위해 쓰였다고 본다. 파이에게 인도 힌두교의 신들이건, 카톨릭, 기독교의 신이건, 이슬람의 신이건, 그들은 모두 파이의 마음 속에 불을 밝혀준다. 그에게는 어느 종교의 신이건 중요치 않다. 무언가에 매달려 '구원을 갈구'하는 행위 모두는 삶의 끈,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에게 '신'이란 일상적으로 말하는 종교적 신이 아닌, '희망' 그 자체인 것이다. 끊임없이 기도하는 그의 모습을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모습이다.

최근 우울증 비슷하게 삶에 대한 허무와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읽은 '파이 이야기'는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단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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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법칙 - 법칙을 알면 해법이 보인다
신병철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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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바꿔볼까하는 마음에 이 책을 입문서로 구입했다.

책도 가볍고 얇고, 일단 첫눈에 쉽게 읽혀졌다.

한동안 사놓고 고이 모셔두기만 하다, 어제 오늘 느긋한 마음으로 가볍게 독파.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보다는 오히려 글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작가, 칼럼니스트, 번역가, 교수, 기자, 기타등등)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느껴졌다. 음,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들도 꼭 읽어봐야겠다. 아니, 보고서나 리포트를 쓰는 직장인, 대학생... 에브리바디 읽어봐야한다.

우선, 쉽게 쓰여졌다는 데 별 다섯개를 주고싶다.

내용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연시 되는 글쓰는 법칙을 재밌고 논리정연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다.

유명학자나 교수들의 고리타분 어려운 글보다는 훨씬 설득력있고 이해가 잘 되는, 그래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전문서적들보다 가끔은 이런 초중고 학습서가 더 좋은 이유도 그러하다.

아, 논술의 법칙에서 좋은 글 쓰는 방법들을 많이 읽었는데, 정작 실제 쓰기는 어렵군... 문제는 끊임없는 훈련과 자기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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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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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음, 잘 팔리는 책이라 리뷰 쓰기가 살짝 부담된다.

센스 넘치는 책 제목만큼 엄지손가락 쭈악 올려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장 재밌고 유익한 부분은 have동사 번역에 관한 부분이었다.

대체적인 설명들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갔을 땐, 저자가 약간 어거지, 또는 상상력을 너무 발휘한 거 아닌가 싶은 구절들이 있다. 그럴 땐 약간 짜증이 나긴 하지만, 뭐,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우리글의 뉘앙스를 이렇게 흥미롭게 풀어낸 책은 없었으니, 시도 좋도, 느낌 좋고,.. 계속해서 시리즈가 완성되가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국밥이 출판된다면, 저자께선 100% 법칙을 만들려하지 말고, 약간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놔두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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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적인 삶 - 제100회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밝은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새해들어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처음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삶이라는 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나의 감정을 실어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독서의 과정이 훨씬 수월했다.

작가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약간은 공허할 수도 있는,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대답을 동시에 던져주고있다. 인간의 삶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저 이 폴 블릭이란 남자의 인생을 보여주면서, 세-라-비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인생이란 기나긴 역사 속,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 스쳐지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무의미하고 허무함 그 자체이지만 완전한 무는 아니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는 된다는 것....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당연한 허무함 속에 우리 인간이란 가벼운 존재는 살아가고 있다. 작품 속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죽음처럼 죽어서 사라진다는 것은 공허함을 남긴다. 그러나 그 허무함과 공허함이 완전한 0이 아닌 이유는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 사람의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죽음과 그 뒤에 이어지는 욕망, 죽음과 그 뒤에 오는 탄생, 그리고 이 두 상반되는 이미지 쌍들의 전복, 이 모두가 인류라는 거대한 삶을 지속시키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어쩌면 너무나도 허무해서 무의미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나무의 나이테처럼 미미한 흔적이나마 남길 수 있기(작품 속에서 흔적없이 완전히 사라지는 인생은 없다)에 인생이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인생은 의미있는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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