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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자본이다 - 생명자본주의 그 생각의 시작
이어령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평소 이어령님을 존경해와서 그런지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때 역시...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책은 책이 아니다라고 시작하는 서문은 그럼 도대체 이 책은 책이 아니고 무엇일까? 란 강한 호기심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다행히 저자는 나같이 성미급한 독자를 위해 이 책은 '비밀지도'다 라는 명쾌한 해답으 바로 던져준다.
해녀의 예로 들며, 저자 자신을 연륜있는 늙은 해녀로 비유하고 이 책은 바로 지도이며, 해녀가 숨겨둔 환상적인 전복은 바로 '생명자본'인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저자와 나는 그 비밀지도를 따라가며 전복을 찾아가는 여행을 같이하게된다.
50년전, 이어령님이 엄동설한에 방안의 어항속에 있던 금붕어가추위에 얼었던 경험,
그래서 아내와같이 뜨꺼운 물로 살살녹여 그 금붕어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은 이야기를 '유레카'라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개념으로 이야기해준다.
나는 이 금붕어이야기가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갈 하나의 예, 서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 금붕어는 이 책의 처음이자 끝인것이다. 끝에 가서야 비로소 저자의 금붕어이야기에 대한 집착을 깨닫게 되었다. 금붕어의 이름의 유래, 금붕어의 배꼽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저자가 금붕어이야기에 집착했던 이유까지도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많은 특별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나는 특별히 유신시절 옥고를 치른 한국지식인의 수기를 인용한 문구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한겨울, 바깥온도와 감옥의 온도차이가 똑같았던 그 옥고속에서 그 지식인은 자신이 추위에 떨고 있을때 같이 떨고있던 창밖의 나무를 보고 생명의 떨림을 느꼈다고 했다. 나 또한 옥중에서도 나무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살아있는 생명의 기쁨을 발견한 그 분에게서 소름끼치는 생명의 소통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황제펭귄의 사랑과 부성애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남극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며 펭귄들의 허들링을 보긴했지만 책으로 읽으며 그 의미를 파악하니 더 큰 감동이 되었고, 특히 먹이를 구하러 간 암컷펭귄을 기다리며 그러다가 망부석이 되어 얼어죽기까지 새끼 펭귄을 보살는 펭귄의 부성애는 인간만큼 큰 사랑이라고 여겨졌다. 펭귄이 서로서로 원을 그리며 추위를 이겨내는 허들링은 현재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사회가 배워야 될 부분인것 같다.
이렇게 저자가 보여준 유레카는 '생명'과 '사랑'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또한번 나의 무한한 지적호기심을 충촉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저자의 유레카의 감동!
그 유레카는 저자의 순수한 지적발견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 발견은 생명자본이었던 것이고, 저자는 역시나 친절하게도 이 생명자본에 대한 생각을 매듭을 통해 복잡했던 나의 생각까지 정리해주며 끝을 맺게 된다. 이어령님의 책을 보면 어느새 나마저 성숙한 지성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명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 귀한 시간을 가졌음을 고백하며, 저자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