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버려도 되나요? - 당신과 닮았을지도 모를 _ 나의 가족 이야기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정재선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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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시아버님의 칠순잔치를 치뤘다.

신랑과 아가씨가 아버님께 편지를 써서 읽어드렸는데,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

한 평생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며 사랑으로 돌보신 시아버님을 보며 나도 눈물을 흘렸다. 나는 우리 아빠의 칠순잔치때 눈물이 한방울도 안나왔었는데....

 

지나가다보면 엄마와 딸이 서로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다니거나, 엄마와 자주 전화통화하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녀들을 자주 본다.

나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던거 같은데...나는 엄마손을 잡는것조차 어색할 지경이다.

 

사실 책 제목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었다.

부모님때문에, 가족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오죽하면 남편한테 친정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기도 했다.

 

가족보단 타인에게 관심이 많고 타인에게만 친절하신 우리 아빠.

오랜 직장생활 때문인지 집에선 늘 신경질적이고 말을 직선적으로 하시는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닮은 내 동생. 셋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동안 너무 힘들어서인지 가족? 버리고 싶었다.

 

이 책의 작가도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겠지?

가족을 정말 버릴 수 있을까? 가족을 버린후엔 어떻게 되는거지?

작가님 또한 폭력적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닮은 오빠, 저항하지 못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참 힘든 삶을 사신 것 같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하고, 결국에는 모든걸 이겨내고 지금은 너무도 밝은 삶을 살고 계신다.

 

책의 첫부분에는 가족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글로 가득했는데

아버지의 삶, 어머니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들과의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다보니 분명 좋은 날, 좋은 추억도 많았던 듯 싶다. 

 

밝은 부분을 읽을때면 나도 같이 나의 어린시절을 자연스레 떠올렸던 것 같다.

바쁜 엄마대신 도시락을 싸주신 아빠(비록 반찬은 깍두기 뿐이었지만)와

손수 밥은 못해주셨지만 근처 가게에 늘 돈을 맡겨놓고 먹고싶은 걸 맘껏 먹으라고 하시던 엄마, 그리고 항상 부족한 나를 언니, 언니라 부르며 따라다녔던 동생....

 

생각해보니 나는 가족을 버릴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읽을수록 나는 우리 가족을 참 사랑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 사랑의 표현이 부족했을 뿐이었고, 내가 좀 더 잘했으면,,,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새 우리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책으로 공감하고 배웠으니 이젠 내가 우리 가족을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겐 지금 너무도 소중한, 새 가족이 생겼다.

절대적으로 나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토끼같은 아들과 딸,

나도 이젠 친정식구들을 덤덤히 바라보고 무던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작가인 에리코님도 혼자인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가족들때문에 힘들다고 정말 가족을 버렸다면, 그랬다면 정말 행복해졌을까?

가족을 버리고싶어 읽은 책에서 가족을 이해함과 동시에, 내게 소중한 새로운 가족이 있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된 것 같다. 나의 삶도, 에리코님의 삶도 함께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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