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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교육 -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을 이 책이 정말 제대로 다루어 주었다.
얼마전 친하게 지내던 동네언니가 이사를 갔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언니는 더 좋은 중학교 배정을위해 이사를 간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학군'을 나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낳곤 요리책과 건강에 대한 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엔 자꾸만 교육에 관한 책에만 손이 간다. 아직 첫째가 다섯살인데, 나도 책에서 말하는 헬리콥터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의 유치원을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검색하고 물어보고 발품을 팔았다.
유치원에 입학하고나니 방과후엔 무얼 가르쳐야 할지, 초등학교는 어디로 보내야할지 매일 이런것들만 고민하고 있다. 매일 머리를 싸매고 있는 내게 친정부모님은 뭘 그렇게 고민하냐고 말씀하신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렸을 땐 부모님께서 자유롭게 방임교육을 하신 것 같았다. 먹고사는 문제가 바쁘다보니 교육에는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불과 20~30년전이지만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태어날때부터 지능발달에 좋다는 교구를 사주고 학습지를 시키고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어학연수도 간다.
내가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런일들이 모두 이해가 간다.
특별한 재능이 있지않는 한,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엘 가고 좋은 직장에 가서 비슷한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고 경제적인 걱정없이 여유로움을 누리는 삶, 이런 삶을 우리 자녀들도 누리길 바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경제'적인 부분, 양육과 경제적인 관계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다루어 주고 있다.저자 두 분은 독일과 이탈리아 출신의 경제학자로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그들이 겪은 시대별, 국가별 양육방식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경제적 요인임을 알게된다. 이 책은 특별히 '소득 불평등' 에 주목하고 있다. 학력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을 경험한 부모들은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고 교육시키느냐에 따라 아이의 장래와 직업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자녀에 대한 개입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육태도는 사람들 사이에 양육격차를 벌려놓았고, 그 결과 우리나라로 치면 '학군 프리미엄'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증적인 데이터와 논리로 1부에서 알려주고 있고 2부에서는 시대별로 양육방식이 변화해온 과정, 아들과 딸에 대한 양육방식의 차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다루고 있으며 3부에서는 양육격차를 좁히기 위한 정책적 개입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별히 인상깊었던 건, 교육이란 것이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인데 현실에선 오히려 교육때문에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정책적으로 평등한 교육을 만들수는 없을까? 책에서도 이런 부분을 자세히 다루어주고 있지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한참 핀란드육아에 대한 책을 재미있게 읽고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교육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필요한 경쟁이 없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 성적으로 줄세우지 않고도 배움을 즐기는 학교, 많은 숙제가 없기에 하교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모든것이 부러웠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에선 핀란드식 교육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정확히 알게되었다. 여러모로 교육과 경제에 대해 진지하고 깊이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이런 부분으로 고민하고있는 부모님들이 많을텐데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