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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귀에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첫 작품 <메리 바턴>(1848)으로 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은 작가로 <남과 북>을 찰스 디킨스의 잡지에 연재하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썼길래 그 유명한 찰스 디킨스가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까?
한 권에 모여 있는 세 편의 단편들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감정들이 남을 수 있을까? 또,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렇게 단편을 잘 쓰는 여성작가를 휴머니스트 덕분에 알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란 생각을 했다. 특급으로 칭찬해~~드립니다.
<회색 여인>의 주인공 아나는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등 떠밀려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 투렐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하녀 아망테와 도망을 치게 되면서 스릴 넘치는 추격전을 보여준다. 남편의 추적을 피하는 방법으로 아나와 아망테는 부부로 위장하게 된다. 이 짧은 단편 속에서 보여주는 추격전은 영화로 만들어도 끝내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으로 다시 읽어봐야 했던 진짜 짜릿한 소설이었다.
<마녀 로이스>는 1692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세일럼 마을에서 5개월 동안 벌어졌던 마녀재판으로 185명이 감옥에 갇히고 그중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일럼 마녀 파문 사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청교도 교회에서 두 집단의 갈등을 둘러싸고 종교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인간의 집단적 광기가 만들어낸 살인사건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종교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을 또다시 종교란 이름으로 잡아다가 재판을 하고 교수형을 당하다니, 로이스는 마지막에 자신의 고향땅을 떠올리면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으리라. 역사적 순간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해서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늙은 보모 이야기>는 '그래, 바로 이 맛이지!'. '고딕 소설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마!', '아주 칼을 갈았네, 갈았어.'라는 문장으로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폭풍우치는 크리스마스 즈음 유령이 나타나고 비밀이 있는 가족과 외국인 음악가라는 양념을 쳐서 한꺼번에 뒤흔들어버리는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만나본 휴머니스트의 세계문학 시리즈 중 첫 번째로 읽어본 <회색 여인>은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었다.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다른 작품들도 너무 궁금해졌다. 세계문학하면 톨스토이나 헤밍웨이가 떠올랐는데 흄세 시리즈로 여성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았다. 다음 시즌은 영미권이 아닌 낯선 나라들의 문학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4개월마다 선물 받는 기분으로 휴머니스트의 흄세 시즌 2를 기다려본다.
p.s. 판형도 작고 가벼워서 핸드백에 쏙 들어가게 생겼다. 외출할 때 가볍게 챙겨서 늦을지도 모를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에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