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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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걸까?”


단요의 상상력은 미래의 기술을 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역사와 종교, 과학과 신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어 붙인다. 정말 부러운 상상력이다.


오래된 유선전화기로 서기 41년의 칼리굴라와 통화하고, 옛 예언자와 신의들이 사실은 적외선을 볼 수 있었던 인간이었다고 상상한다. 기린의 발길질 하나에서 낮과 밤과 계절의 기원을 만들어내고, 마침내 성경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결해 세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코드로 바꾸어버린다.


신의 계시, 성경, 중세철학 같은 오래된 관념이 컴퓨터공학과 만나면서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문장은 돌연 ‘누군가 세계를 프로그래밍했다’는 문장으로 변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그 코드를 알아낸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의 오류를 수정할 수도, 현실을 조작할 수도, 심지어 종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종교적 믿음과 시뮬레이션 세계관 사이에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어내는 순간, 허무맹랑했던 상상이 섬뜩할 만큼 그럴듯해진다.


이 기묘한 상상들이 「빛 속에」에서 기술은 죽은 사람을 되돌려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존재를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를 묻게 하고, 「사랑하는 신의 생일」에서는 과거와 연결되는 전화기 하나가 역사를 바꿀 수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정말 하나뿐인지 질문하게 한다. 상상력이 결국 인간의 존재와 믿음, 구원과 죽음의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단요의 상상력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연결선을 찾아내는 능력에 가깝다. 컴퓨터과학과 신학, 중세철학과 현대 기술, 역사와 신화를 한 세계 안에서 충돌시키는 상상력!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세계의 뒷면을 뒤집어 보여준다. 여섯 편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감탄했고, 몇 번이나 당황했다.


#존재의대연쇄 #단요 #사계절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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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 ㅣ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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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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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라는 와인을 마시며 어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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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을 한 편의 성장소설로 읽었다. 엘렌의 성장은 사랑받으며 단단해지는 평범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를 키운 것은 오히려 결핍과 고독이다. 아름다움과 젊음, 연애에 몰두한 어머니 벨라는 딸에게 따뜻한 애정을 주지 않는다. 아버지 역시 돈과 자신의 욕망에 빠져 있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던 엘렌은 점차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고, 그 증오는 언젠가 자신이 성장하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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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엘렌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어머니 때문이고, 불행한 것도 어머니 때문이며, 미래의 행복조차 어머니에게 복수한 뒤에야 가능할 것처럼 여긴다. 그런 엘렌이 성장하면서 깨닫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역시 그 사람에게 붙잡혀 있는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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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두 사람에게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젊음에 집착하는 벨라에게 시간은 상실이지만, 엘렌에게 시간은 자유다. 어머니가 늙어갈수록 엘렌은 젊어지고, 어린 시절 아무 힘도 없었던 딸은 마침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엘렌의 가장 완벽한 복수는 어머니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어머니를 자신의 삶의 중심에 두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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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고독'과 ‘와인’도 인상적이다. 포도가 오랜 시간을 견디며 발효되고 숙성되어 와인이 되듯, 엘렌의 고독 역시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고독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증오가 되고, 증오는 복수심이 되었다가 마침내 독립하려는 힘으로 변한다. 고독은 그녀를 취하게 하는 독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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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네미롭스키 자신의 삶이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문학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고독이라는 와인이 가장 오래 숙성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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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상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용서해야만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신의 상처를 가지고도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 『고독의 와인』에서 내가 발견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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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와인 #이렌네미롭스키 #레모 #일파만파독서모임 #이렌네미롭스키선집7 #어머니를향한복수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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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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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은 한 소년을 향한 사랑을 고백한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오랫동안 화제가 되었지만, 이 소설의 진짜 가치는 금기를 넘어선 용기보다 고독한 인간이 타인을 통해 구원받는 순간을 얼마나 섬세하게 포착했는가에 있다.


가와바타는 천애 고아로 자란 자신의 결핍을 숨기지 않는다. 세이노를 향한 감정은 단순한 우정도, 쉽게 규정할 수 있는 사랑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가장 부끄럽고 연약한 모습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여 준 존재를 향한 절박한 애착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준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세이노는 사랑의 대상인 동시에 상처 입은 소년을 지탱해 준 안식처이며, 가와바타가 평생 잊지 못한 마음의 고향이다.


가족들의 무덤 한가운데서 요절을 걱정하고 독서로 도피했던 고독한 중학생의 일기와 편지, 회상을 교차시키며 사춘기의 혼란과 욕망, 죄책감까지도 숨기지 않는다. 그 솔직함 덕분에 《소년》은 소설이라기보다 한 인간의 가장 순수했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록처럼 읽힌다. 훗날 《설국》과 《이즈의 무희》에서 꽃피울 가와바타 특유의 서정성과 아름다움 역시 이미 이 작품 곳곳에서 싹트고 있음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크다.


《소년》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보다, 사랑받았던 기억이 한 사람의 생을 얼마나 오래 지탱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70년 넘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이유를 이해하게 되면서도, 지금 이 시대에야말로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마음은 시대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래서 가와바타의 고백은 특정한 사랑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한 번쯤 품었던 외로움과 구원의 기억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소년 #가와바타야스나리 #북다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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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조선사 - 500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ㅣ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유정호 옮김 / 믹스커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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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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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는 학교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역사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왕 이름과 사건이 뒤섞여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초압축 조선사』는 그런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사를 암기해야 할 내용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해하도록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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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만 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유튜브 채널 '로빈의 역사기록'의 강점이 그대로 담겨 있다. 복잡한 역사를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뛰어난 전달력에 있다. 영상에서 느꼈던 쉽고 명쾌한 설명이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처음 조선사를 접하는 학생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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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부터 고종까지의 역사를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설명하기 때문에 조선 500년의 큰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덕분에 역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났던 인물과 사건들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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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신과 수능, 한능검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내용만 핵심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공부하기에도 좋고, 시험을 위한 지식을 넘어 오늘날의 정치와 교육, 사회문화가 조선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까지 생각해 볼 수 있어 역사 공부의 의미를 한층 넓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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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를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역사는 어렵다"라는 편견을 "생각보다 재미있다"라는 경험으로 바꿔주는 책이다. 조선사를 처음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청소년은 물론, 한국사의 흐름을 쉽고 명확하게 다시 정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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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조선사 #로빈 #로빈의역사기록 #믹스커피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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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ㅣ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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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


『천사가 날 대신해』는 100년 전을 살았던 김명순과 지금을 살아가는 박민정, 두 여성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시대가 너무 달라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두 작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회 속에서 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 어떻게 상처받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김명순의 소설 속 여성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힘든 삶을 살아간다. '첩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다. 지금은 너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여성들의 현실이었다.


박민정의 소설은 시대는 바뀌었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방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나 직장처럼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무관심이 한 사람을 점점 무너뜨린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약자를 향한 폭력은 다른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다.


100년의 시간을 건너 만난 두 작가는 같은 질문을 던져준다. 나는 약한 사람의 편에 서는 사람인지, 아니면 모른 척 지나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천사가날대신해 #김명순 #박민정 #의심의소녀 #돌아다볼때 #외로운사람들 #작가정신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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