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와인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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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고독이라는 와인을 마시며 어른이 되다



『고독의 와인』을 한 편의 성장소설로 읽었다. 엘렌의 성장은 사랑받으며 단단해지는 평범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를 키운 것은 오히려 결핍과 고독이다. 아름다움과 젊음, 연애에 몰두한 어머니 벨라는 딸에게 따뜻한 애정을 주지 않는다. 아버지 역시 돈과 자신의 욕망에 빠져 있다.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던 엘렌은 점차 어머니를 증오하게 되고, 그 증오는 언젠가 자신이 성장하면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어린 시절 엘렌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어머니 때문이고, 불행한 것도 어머니 때문이며, 미래의 행복조차 어머니에게 복수한 뒤에야 가능할 것처럼 여긴다. 그런 엘렌이 성장하면서 깨닫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역시 그 사람에게 붙잡혀 있는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시간은 두 사람에게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젊음에 집착하는 벨라에게 시간은 상실이지만, 엘렌에게 시간은 자유다. 어머니가 늙어갈수록 엘렌은 젊어지고, 어린 시절 아무 힘도 없었던 딸은 마침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엘렌의 가장 완벽한 복수는 어머니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어머니를 자신의 삶의 중심에 두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목에 '고독'과 ‘와인’도 인상적이다. 포도가 오랜 시간을 견디며 발효되고 숙성되어 와인이 되듯, 엘렌의 고독 역시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고독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증오가 되고, 증오는 복수심이 되었다가 마침내 독립하려는 힘으로 변한다. 고독은 그녀를 취하게 하는 독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드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렌 네미롭스키 자신의 삶이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문학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고독이라는 와인이 가장 오래 숙성된 결과가 아닐까.



성장이란 상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용서해야만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신의 상처를 가지고도 자기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 『고독의 와인』에서 내가 발견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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