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팅 -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 동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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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지만, 가장 큰 상처 역시 사람에게서 받는다. 인간관계가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생각하다. 갈등은 견딜 수 있어도 이유를 모르는 침묵은 견디기 어렵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사람 앞에서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도미닉 페트먼의 『고스팅』은 바로 그 설명할 수 없는 부재의 고통을 철학과 문학, 사회학을 통해 들여다보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고스팅을 '잠수 이별'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상징적 자살'이라고 표현한다. 육체는 살아 있지만 관계 속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고스팅을 당한 사람은 상대를 잃은 것이 아니라, 이유를 영원히 알 수 없는 채 질문만 남겨진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라는 질문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고스팅을 개인의 무례함으로만 보지 않고,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사람을 쉽게 연결하지만, 더 쉽게 끊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관계는 점점 소비재처럼 변하고, 부담이 되면 설명보다 차단이 더 간편한 선택이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를 떠나보내는 기술은 익숙해졌지만, 떠남을 감당하는 방법은 잃어버렸다.


이 책은 연인과 친구 사이, 직장에서의 무응답, 플랫폼의 자동화된 응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까지도 '사회적 고스팅'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현대인은 사람에게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쉽게 잊히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는 메시지처럼, 우리의 목소리도 수많은 시스템 속에서 묻혀버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인간관계가 가장 큰 스트레스인 이유는 관계 자체보다 예측할 수 없음에 있다. 상대의 마음은 보이지 않고, 설명 없는 침묵은 어떤 말보다 큰 상처가 된다. 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 속에서 점점 더 유령처럼 서로를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관계를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내는 시대일수록, 마지막 인사 한마디와 설명하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훨씬 큰 책임이자 배려라는 사실을 조용하게 일깨워준다.


#고스팅 #도미닉페트먼 #동녘 #일파만파독서모임 #ghosting #최리외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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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가득한 레스토랑
유키 신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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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모둠 견과류, 떡국, 똠얌꿍, 콩고물을 묻힌 떡을 주문하시면 수수께끼 풀이가 시작된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의 변화처럼, 배달 전문점의 셰프와 야간 배달기사. 비대면 주문과 배달 앱이 일상이 된 시대를 배경으로, 사건마저 앱을 통해 의뢰받는다는 설정은 신선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답게, 추리의 재료 역시 사람들의 흔적과 데이터, 그리고 일상의 작은 틈에서 나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적이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미스터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셰프의 철학이다. 그는 자신을 탐정이라 부르지 않는다. 손님이 원하는 것은 차가운 진실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한 접시의 요리처럼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말한다. 그 생각은 미스터리의 문법을 살짝 비껴가면서도 오히려 현실에 더 가까워 보인다. 우리는 실제 삶에서도 객관적 진실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설명을 더 갈망하지 않는가.


배달기사와 셰프가 호흡을 맞추며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리듬감이 뛰어나고, 에피소드마다 분위기가 달라 지루할 틈이 없다. 가볍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마지막에는 인간에 대한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일본 독자들이 "술술 읽히는데 마지막 한 방이 묵직하다"라고 평가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요즘 세상을 가장 잘 담아낸 소설'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배달 앱과 SNS, 비대면 사회라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 속에서, 유키 신이치로는 오늘날에만 가능한 새로운 탐정 이야기를 맛있게 한 상 차려냈다. 제목처럼 어려운 문제는 가득하지만,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만큼은 무척 즐겁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일지도 모른다


#어려운문제가가득한레스토랑 #유키신이치로 #김은모옮김 #북다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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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하여 불멸의 연애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니케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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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대단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체호프의 글을 좋아한다. 마치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문득 바라보게 되는 순간처럼, 체호프는 애써 외면해 온 감정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랑은 왜 늘 늦게 오는가


체호프의 대부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너무 늦게 깨닫거나, 시작과 동시에 고통이 된다. 특히 이 책에 실린 네 편은 안톤 체호프의 사랑관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사랑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망설이고 주저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와 그녀」는 제목 그대로 '그'와 '그녀'의 이야기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의 엇갈림 속에서 인간의 허영과 오해를 보여준다. 사랑은 상대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을 투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훗날 체호프가 평생 탐구하게 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출발점처럼 읽힌다.


「다락방이 있는 집」은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씁쓸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체호프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신념이 있는가를 묻는다. 그 누구도 악인이 아니다. 언니도 옳고, 화가도 옳다. 하지만 각자의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사랑이 설자리를 잃어버린다. 사랑은 거대한 이상보다 훨씬 연약한 것임을 보여준다.


「사랑에 관하여」는 아마 네 작품 중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일 것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사회적 책임과 도덕, 체면 때문에 끝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기차역에서 이별하는 장면은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순간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생각한 나머지 사랑을 놓쳐 버렸다. 체호프는 여기서 인간이 불행한 이유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처음에는 단순한 불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정한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수많은 연애를 가볍게 여기던 사람이 안나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진심을 알게 된다. 그들의 사랑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깨달음이며, 때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 깊어진다. 이 네 편의 단편을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남았다.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극은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처럼 망설이고, 후회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랑이 세상을 구원하진 못하지만 사랑을 외면한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관하여 #안톤체호프 #니케북스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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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벤 핌롯 해설 / 펭귄클래식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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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


조지 오웰의 《1984》를 다시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일상이 된 오늘의 모습이었다. 오웰이 상상한 1984년은 국가 권력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개인을 감시하는 사회였다. 우리는 그 시대를 지나온 지금,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와 알고리즘이 삶 깊숙이 들어온 현재를 돌아보면 《1984》가 던진 경고가 완전히 과거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소설 속 오세아니아에서는 '빅 브라더'가 모든 시민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은 사람들의 행동뿐 아니라 표정과 말까지 감시하며, 사상경찰은 마음속 생각까지 통제하려 한다. 당시에는 상상 속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CCTV, SNS, 위치 정보 서비스 속에서 살아간다. 물론 소설처럼 노골적으로 감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스스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은 텔레스크린을 집 안에 설치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손에 들고 다니는 셈이다.


《1984》에서 당은 과거 기록을 수정하고 진실을 조작한다. 현재의 AI는 사실을 직접 삭제하지는 않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무엇을 보이지 않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내가 보는 뉴스와 영상, 광고는 모두 개인화되어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현실을 경험한다. 오웰이 두려워했던 것은 진실의 소멸이었는데,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 속에서 진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1984》는 감시 사회를 경고하고, 인간의 자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윈스턴은 진실을 기억하려 하고, 사랑하려 하고, 스스로 생각하려 한다. 그 작은 저항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몸부림은 처절하다. 인간의 자유는 단순히 말할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의심하고 질문할 자유일 것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생각을 소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가.


《1984》는 미래를 예언한 소설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를 잃어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통찰한 작가였다. 그래서 《1984》는 AI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고전이다. 빅 브라더는 반드시 독재자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가장 편리한 서비스와 가장 친절한 알고리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스스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가?"


#1984 #조지오웰 #펭귄클래식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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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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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간만에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 책!!! 반전을 기대하시라~~


사람은 정말 사랑받고 싶어서 망가지는 걸까, 아니면 늙어간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서 망가지는 걸까.


이렌 네미롭스키의 소설 『제자벨』의 주인공 글라디스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단순히 “악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늙어가는 여성의 공포, 아름다움에 중독된 인간의 허영,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 딸의 복수심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네미롭스키는 생전에 인터뷰와 주변 증언에서 반복적으로 “어머니와의 불행한 관계”를 작품의 근원처럼 끌어안았는데, 『제자벨』은 그 감정이 가장 날카롭게 폭발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출판사 해설에서도 『무도회』, 『고독의 와인』과 함께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으로 언급된다.


소설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여성 글라디스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나이를 먹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젊음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도 사라질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딸의 젊음조차 경쟁 상대로 바라본다. 읽다 보면 무섭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 인간적이라 더 잔인하다. 그녀를 괴물이 아닌 오히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젊고 아름다워야만 가치 있다"라는 시선을 끝까지 내면화한 비극적 인간으로 밀어붙인다.


여성의 늙음에 대한 공포를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다룬 소설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아름다움이 권력이었던 시대, 젊음을 잃는 순간 사회에서 지워질까 두려워했던 한 여자의 초상이 지금 읽어도 섬뜩하게 현대적이다. 100여 년 전 작품이라니 놀랍다. SNS와 외모 중심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과도 너무 닮아 있다.


네미롭스키는 결국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인간의 허영과 외로움을 믿기 힘들 만큼 생생하고 차갑게 붙잡아낸다. 『제자벨』은 그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읽고 나면 반전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레모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렌 네미롭스키 전작 읽기를 해야겠다. 올해 처음으로 만난 최고의 작가로 찜!!!


#제자벨 #이렌네미롭스키 #레모 #일파만파독서모임 #악녀 #이런맛에책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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