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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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죄가 있다면, 내가 유죄라면, 겁쟁이였다는 것뿐이에요."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이라고?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를 소환시킨 인도 태생 메가 마줌다르의 불타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원제는 A Burnig인데 <콜카타의 세 사람>으로 지반과 체육 선생, 러블리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도 콜카타 빈민가 기차역에 정차한 열차가 테러 공격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된다.


지반의 혐의 내용은 정부를 상대로 벌인 전쟁. 살인과 범죄 모의. 테러 행위 준비임을 알면서 도움을 준 행위. 자유의사로 테러리스트들을 은닉한 행위이다. 지반은 그저 페이스북에 반정부적 글을 게시했을 뿐이다. 체포된 지반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국가권력은 폭력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감옥으로 이송된다.


때는 이때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언론에 진실은 왜곡되고 부풀려진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타이틀을 뽑아서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진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기사로 뿌려진다.

한때 지반의 체육 선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제1야당인 국민복지당의 연설을 듣게 되고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위치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선동을 위한 연설을 하던 그는 군중의 힘을 빌려 무슬림의 가족에게 젊은이들이 자행하는 사건을 목도하게 되고 도덕적 양심이 손짓하지만 정당은 은폐해 버린다.


히즈라인 러블리는 가장 밝은 목소리로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꿈과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녀가 사회에서 당하는 여성 혐오와 무시는 인도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메가 마줌다르는 인도에 있는 하층민, 국가 권력, 정치인, 언론, 소수자, 종교를 버무려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는 힌디어 외에 14개의 공용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3천 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좋게 말해서 다원성과 다양성을 가진 나라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도 엄연히 자본주의의 미덕이 고스란히 지배하는 곳이었다.


국가 권력은 돈에 물들어 있고 언론은 끝없는 추문으로 기사를 도배하고 정치인은 반대파를 악으로 규정하고 단 한 번의 선거를 위해 사람들은 선동하고 착취하고 있는 인도에서 과연 지반은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


내년 대선을 위해 언론과 정치인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이 겹쳐지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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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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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트앤스터디에서 김진영 선생님의 '<미니마 모랄리아> 혹은 상처로 숨 쉬는 법'으로 강의하신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1903~1969)의 153편의 아포리즘을 엮은 <미니마 모랄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미국 망명 시절에 쓰였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기만성과 그 안에서 상처받은 사랑, 욕망, 정치, 미디어, 교양, 예술, 언어, 몸짓까지 삶의 속살들의 허구와 환멸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그때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도르노의 비판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도르노에게는 가능성을 위해서 스스로의 불가능을 껴안는 '부정 변증법'적인 희망이 있다. 용기 속에서만 눈뜨는 희망이 있고, 그 용기를 아도르노는 '버티기'라고 불렀다.


버티기.


불가능성 앞에서 물러나지 않기.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능성을 짜내기 위해서 논리적 구축을 포기하지 않기.


밤하늘에 흩뿌려져 있는 별과 별 사이에 선을 그어 별자리를 찾아내듯 현실 속에 파편처럼 흩어진 사실들을 조합하고 허물고 또 조합하기를 멈추기 않기. 그 지루하고 집요한 반복의 버티기가 아도르노의 희망이었다.


아도르노의 <명제들>을 수첩에 적어 놓고 계속 떠올려본다.


<삶은 살고 있지 못하다>, <잘못된 삶 안에 올바른 삶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거짓이다.>, <문화는 쓰레기다.>, <모든 것이 자연의 표현이다.>, <모든 것이 거짓인 사회에서 진실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 <가장 자연일 때 그것은 역사적인 것이며, 가장 역사적일 때 그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되돌아가는 일은 퇴행일 뿐이다.>, <이론이 실천이다.>


산다는 건 숨을 쉰다는 것이고, 숨을 쉰다는 건 구멍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살만하지 못한 세상이란 무엇일까. 그건 구멍이 다 막혀버린 세상, 숨을 쉴 수 없는 세상이다. 살자면 그래도 숨을 쉬어야 한다. 어떻게? 구멍들이 다 막혀도 삶 안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구멍이 있다. 그건 바로 상처라는 이름의 구멍이다. 이 구멍으로 숨을 쉰다는 건 특별한 사유와 실천의 기술들이 필요하다.


오늘날 보이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파편적으로만 보지 말고 문제와 문제들 사이에 있는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는 사회의 진짜 문제들을 들여다볼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지는 강의였습니다. 강의 속에 언급되고 있는 영화랑 책들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김진영 선생님이 보고 싶어지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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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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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짝꿍인 소설이라니 안 읽을 수 없겠네요. 서른 여섯살의 뒤라스의 작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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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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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고 시작해야겠다. 아~~ 내 뒤통수 어쩔!!


요나스 요나손이 돌아왔다. 뒤통수 치는 유쾌함이 살아있는 요나스 요나손이 회사를 차렸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띠지에 있는 홍보 문구처럼 딱 '이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유쾌함을 안겨 주는 소설!'이었다. 일단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맨 처음 시작은 케냐 사바나의 외딴 마을에 살고 있는 치유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니 뜬금없이 왠 아프리카인가? 전작들을 봤을 때 도시들이 배경이었는데 세계관이 확대된 걸까? 의구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치유사에서부터 대를 지나 그림을 그리는 올레 음바티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의 모든 것을 경멸하는 빅토르 스벤손(당연히 나쁜 캐릭터) 은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알데르헤임 영감에게 잘 보이고 어린 옌뉘가 성장하자 그녀와 결혼을 하고 빅토르 알데르헤임이 된다. 알데르헤임 영감이 죽자마자 전 재산을 빼앗고 옌뉘는 이혼을 당하게 된다. 그녀에게 남은 건 원룸 아파트와 몸에 걸친 옷이 다였다.


빅토르에게 아들이라며 케빈을 부탁하는 병든 여인이 찾아온다. 하지만 빅토르는 후견인 역할을 하다가 열여덟 살이 된 케빈을 광활한 사바나에 버리고 돌아온다. 버려진 케빈은 마사이족의 치유사인 올레 음바티안의 양아들로 자라게 되었지만 성인이 되기 위한 할례의식을 피해 캐빈은 스톡홀름으로 도망을 오게 되고 옌뉘와 함께 지내게 된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라는 광고처럼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대행해 주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후고 함린을 케빈과 옌뉘가 직접 방문하게 된다.


후고 함린은 케빈과 옌뉘의 사연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복수 대행 비용으로 케빈이 가지고 있었던 올레 음바티안의 <양산을 쓴 여자>를 현금 대신 지불하는데 그 그림은 유명한 이르마 스턴의 작품이었다. 케빈과 옌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고, 사바나에서 스톡홀름까지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아들을 찾아 나선 마사이족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등장으로 후고와 함께 빅토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똘똘 뭉치게 된다.


미술품 거래인인 빅토르가 마주하게 될 옌뉘와 케빈의 법에 저촉되지 않는 달콤한 복수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달콤하게 끝날까?


자본주의자와 마사이족이 만나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들을 쏟아 내고 있는 요나스 요나손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영화 부시맨과 콜라병이 만나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들처럼 야생과 문명이 만났을 때,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복수를 위한 후고와 올레가 만나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정말 잘 엮어진 톱니바퀴처럼 착착 잘 맞물려서 우리에게 유쾌, 상쾌, 통쾌를 선사해 준다. (주의사항 : 절대로 빅토르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말 것.)


자고로 사소한 복수라 함은 상사의 커피잔에 침 뱉어서 주기, 칫솔로 화장실 쓱 문지르고 꽂아 놓기 등을 떠올렸는데, 역시 요나스 요나손은 스케일이 남다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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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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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즘이란 단어를 탄생시킨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가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오호~~ 문동꺼니 다시 읽어봐야지. 예전에 읽었을 때는 정말 단순하게 에마(에마보단 엠마가 더 친숙하다)가 허영 덩어리에, 남자 없으면 못 사는 욕망 덩어리 여자로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다르게 느낄까?


농부의 딸로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은 에마는 로맨스 소설 속에서 아름답게 보였던 도취, 열정, 희열 같은 말이 실제 삶에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호감을 보이는 홀아비 의사 샤를은 에마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에마는 결혼을 했으나 자신이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땅히 따라와야 할 행복이 느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샤를 보바리는 그녀를 정말 사랑했다. 에마의 말도 잘 듣는 착하고 성실하지만 재미가 없는 평범한 남자였다. 게다가 에마가 마냥 행복해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녀를 너무 사랑만 한 게 죄라면 죄랄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처럼 수영도 검술도, 승마도, 연극에도 관심이 없는 샤를과 에마가 함께 나눌 대화거리는 없었다. 시골에서 유명하지 않은 의사의 부인으로 평범하게 사는 에마는 점점 권태와 환멸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치료를 해줬던 후작의 초대로 무도회에 참석을 하게 된다. 상류층의 화려한 삶을 엿보게 된다. 가지 말았어야 했다. 하룻밤의 달콤함을 맛보았으니 일상 속으로 돌아온 에마는 더 깊은 권태에 빠져들게 된다. 이사를 가자고 샤를을 설득하게 된다.


장소가 바뀐다고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한 번의 결혼과 두 번의 불륜을 해보지만 에마가 상상했던 것들을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과 불륜을 저지르기 전에 두근거리고 설레고 상상했던 그 순간들이 에마가 더 행복했던 짧은 찰나가 아니었을까? 일상을 탈출하고자 했지만 탈출 후에도 계속되는 삶은 바로 일상이 되어간다.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일상의 삶! 어쩌면 에마의 선택만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리라~~


다시 읽어 본 <마담 보바리>의 에마는 너무 불쌍해 보였다. 가난한 농부의 딸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남자였다면 그렇게 상상만 하고 있지는 않았으리라. 이래서 계속해서 회자되는 고전들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은 작품을 읽는 나도 경험치가 쌓여서 그때그때 다르게 읽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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