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반 고흐 영혼의 시화전 - 윤동주 전 시집과 반 고흐 그림 138점
윤동주 글,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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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윤동주의 시와 반 고흐의 그림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문학과 미술, 동양과 서양, 시와 회화라는 전혀 다른 예술이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두 거장이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 속에는 윤동주의 시 124편과 반 고흐의 그림 138점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살아간 시대와 환경은 달랐지만,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감정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윤동주의 깊은 시어와 반 고흐의 강렬한 붓 터치는 삶과 고뇌, 희망과 사랑, 그리움과 자기 성찰이라는 특히, ‘별’과 ‘자화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두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윤동주의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둘 다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그리워하고, 스스로를 위로했을 것이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과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은 각자의 고통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윤동주는 우물 속 자신을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느꼈고, 반 고흐는 자화상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냈다. 어쩌면 이들은 세상의 눈보다 자신의 눈이 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나는 두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꿈을 꾸지만 현실에 좌절하고, 아름다움을 동경하지만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 안의 감정들도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윤동주의 시를 필사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반 고흐의 그림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단순히 윤동주와 반 고흐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과 내면을 엮어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어지럽고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누구나 이 책을 곁에 두고 한 장씩 천천히 넘겨보기를 추천한다. 시와 그림이 주는 위로가 우리의 헛헛한 마음에 별처럼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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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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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나는 우리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p.145


시베리아의 끝없는 평원, 하얀 눈밭 위로 새빨간 피가 번지는 순간.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인류학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곰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야수를 믿다》는 단순한 생존기가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려는 한 여성의 용기 있는 여정이다.


시베리아 곰과 정면으로 맞붙고, 러시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치료를 받으면서도 나스타샤는 계속해서 자신을 돌아본다. 사람들은 나스타샤를 동정하거나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그녀는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나스타샤는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길의 끝은 다시 캄차카 반도, 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땅이다.


여태껏 우리는 흔히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서 생각했지만 나스타샤는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녀는 곰과 마주했던 순간을 통해 그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선주민 에벤인들은 그녀를 ‘미에드카(반은 인간, 반은 곰)’라고 부르며 경외심을 보인다. 미에드카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 에세이는 몽환적이고 시적이라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단순한 논픽션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곰의 습격이 그녀에게 남긴 건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자연을 두려워하며 거리를 둘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동받는다. 이것이 나의 해방이다. 삶이 주는 한 가지 약속. 불확실성. p.172


#야수를믿다 #나스타샤마르탱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시베리아평원 #생존기 #캄차카반도 #미에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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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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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얻는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빈 자리』는 이러한 상실과 부재를 통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억들과 내 안에 남아 있는 감정들을 찬찬히 되새겨 보았다.


마치 시처럼 흐르는 보뱅의 글은 논리적 전개보다는 감각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고, 한 줄 한 줄이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그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기록하며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조용히 응시한다.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라는 문장은 나를 오래도록 붙잡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우리의 현재를 얼마나 깊이 결정짓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랑과 관계에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빈 자리』 속에서 보뱅은 부재의 의미를 말한다.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사랑을 꿈꾼다. 마치 오지 않는 눈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빈자리들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또 다른 의미를 찾아 나아가게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주변의 빈자리들을 떠올렸다. 떠나간 사람들, 지나가버린 순간들, 그리고 더 이상 나를 기다리지 않는 꿈들. 하지만 보뱅은 말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버리지 않는 한 가지는 언제나 있다." 그것은 한 조각의 빛일 수도, 오래된 이름일 수도, 혹은 마음속에 간직된 어떤 감정일 수도 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나 또한 사라진 것들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의미들을 찾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뱅의 글은 우리에게 삶을 더 천천히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인생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 그는 우리가 머물러야 할 순간과 기억해야 할 감정을 일깨운다. 『빈 자리』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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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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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이웃을 위한 관용과 용서는 어디로 간 거야?

유대인들은 왜 이렇게 분열된 거지?

이런 불화가 1988년 예루살렘에서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오.

백 년 전 게토에도 있었소."

P.474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바사삭 허물어 버리는 샤일록 작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진짜는 누구일까?


소설 속 화자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가짜 필립 로스를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가짜 필립 로스는 오히려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하면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떠나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디아스포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진짜 필립 로스는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사칭범을 추적하며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 정치, 정체성, 유대인의 역사가 서로 얽히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마지막엔 CIA의 개입과 독자에게 보내는 말까지 이 이야기 자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호해지는 결말로 끝나버린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 누군가 내 이름을 훔쳐서 나인 척 살아간다면, 여전히 나는 나일까?

진짜가 가짜는 쫓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정치적 음모와 스파이의 등장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디아스포라는 사전적 의미로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교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대인의 정체성을 크게 민족적 정체성(전 세계에 퍼져 살지만 공통된 역사와 전통을 공유하는 하나의 민족), 종교적 정체성(유대교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종교이지만 모든 유대인이 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국가적 정체성(이스라엘은 유대인의 국가이지만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산다.)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은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왔지만 1948년 갑툭튀로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많은 유대인이 이주를 했다. 가짜 필립 로스는 "유대인들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유대인이 이스라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래 조상이 살던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많은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가짜 필립 로스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진정한 고향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유대인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필립 로스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홀로코스트를 당한 그들은 지금 그 땅 위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과연 무엇이 맞는 걸까?


사족 : 데미야뉴크 재판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공포의 이반>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샤일록작전 #필립로스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디아스포라 #공포의이반 #이스라엘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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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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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지난 괴로운 날들은 괴로웠다고 인정해도 돼. 힘들었다고 입 밖에 내어 말해도 돼. 그리고 그걸 지나온 자신을 그냥 위로해 줘. 이제부터 다음 목적지를 찾으면 되는 거야. p.316"


'산' 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속 서래의 대사 '지자요수인자요산(智者樂水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산에 오르는 네 개의 이야기 속으로 한발짝 들어가 보자.



하나, 세상을 떠난 남편의 꿈을 대신 이어 카페를 운영하는 65세 아야코와 대학 시절 산악부였던 42세 마미코가 함께 고류다케를 오르며 각자의 과거와 화해하게 된다. 



둘, 음악을 전공하는 유이, 유, 사키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들은 등산을 통해 서로 진심을 나누고 자연 속에서 자유를 느끼며 자신들의 꿈을 되찾는다. 



셋, 육상부와 농구부에서 운동을 하던 딸 나쓰키가 대학에서 산악부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자 이를 완강하게 반대하는 간호사 엄마 지아키가 함께 산을 오르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넷, 집안 대대로 이어온 화과자점을 운영하던 에이코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고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대학 동창 이짱과 함께 다시 산을 찾으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각자의 삶이 최선을 다한 길이었음을 인정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산'이라는 자연이 주는 위로가 무엇일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서로 각자 다른 이유로 산을 찾게 된다.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등산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험한 산이라도 숨을 고르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결국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내딛는 발걸음 속에서 우리는 내면과 마주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위로를 받게 된다. 



초록빛으로 물드는 따뜻한 봄의 기운이 스미길 바라는 마음에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둘레길을 걸으며 지난겨울의 충격과 고통을 덜어내기로 했다. <노을 진 산정에서>를 읽고서 말이다. 책장을 덮으며 문득 생각한다.  친구들과 함께 둘레길에서 만나지 않을래요?



#노을진산정에서 #미나토가나에 #비채 #비채서포터즈3기 #일본소설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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