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 창립 35주년을 축하합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며 출간하는 세계문학 세트로, 수많은 고전들 중에서도 특히 걸작으로 평가받은 대표작 총 20권의 작품을 엄선했으며, 10권씩 두 세트로 구성하였다. NOON 세트는 주로 밝고 경쾌하고 서정적인 작품들을 모아 작품의 개성과 분위기에 따라 구성하였다. - 알라딘 책소개 -
"어떤 별, 어떤 행성 위에, 나의 별인 이 지구 위에, 내가 달래 주어야 할 어린 왕자가 하나 있다!"
NOON 세트 1번 <어린 왕자>. 물론 번호는 없지만 내 맘속 1번이다. 누군가 그랬다. <어린 왕자>는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왜 이 이야기가 생각났을까? 맨 앞에 서문 같은 헌사에서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이래서 사람들 입에서 계속 회자되는 책들은 몇 번이고 재독을 해야 하는 이유인가 보다. '아~~ 그래, 이런 문장이 있었지!' 무릎을 치며 밑줄 안 치는 문장이 없을 정도인 <어린 왕자>는 더더 더욱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어나가야 할 책이다.
다음 페이지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히 그 유명한 보아 뱀 그림이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이 조종사 여섯 살에 코끼리를 소화 시키고 있는 보아 뱀을 그렸던 거였어. 내 아이가 여섯 살 때는 사람을 졸라맨으로만 그릴 줄 알았었는데 이 비행기 조종사는 창의력이 정말 번뜩이는 아이였네.
사하라 사막에 비행기 고장으로 불시착한 조종사는 지구를 방문한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유명한 소행성 B612라는 것도 어린 왕자가 얘기한 것이 아니라 조종사 맘대로 1909년 어느 터키 천문학자가 발견했던 소행성의 번호를 붙여준 것이었어. 왜냐면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니까.
하~~ 자식이 친구를 사귈 때 그 아이에 대해 물어보는 건 없이 걔 아버지 뭐 하시니? 사는 곳은? 차는? 이런 걸 물어보는 어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거라고 위안 삼아 본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가 그려준 상자 속의 양을 볼 수 있지만 조종사는 그 상자 속에 있는 양을 볼 줄 모른다. 나도 볼 줄 모른다. 아~ 조종사도 나도 늙어 버렸나 보다.
바오밥 나무가 더 친근한 바오바브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씨앗에서 나쁜 식물의 싹이 나면 그걸 알아차리자마자 뽑아 버려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작은 별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내 마음속에 게으름이나 거짓말하는 새싹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에 쏙 뽑아 버려야지. 암, 어린 왕자의 말을 잘 들어야지. 아~~ 기특해 기특해. 쓰담쓰담.
유리 덮개로 덮어 놓은 장미처럼 모든 위험 요소를 부모라는 이름으로 유리 덮개를 쓰고 있는 장미처럼 아이들을 키우지는 말아야지. 암만.
아~~ 이렇게 페이지마다 구구절절이 대화하며 읽을 수 있는 <어린 왕자>였다.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 사는 내가 <어린 왕자>를 찾아서 여행을 떠날 날이 올 때까지 <어린 왕자>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