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 창립 35주년을 축하합니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며 출간하는 세계문학 세트로 MIDNIGHT 세트에는 주로 어둡고 무겁고 강렬한 작품들이 들어있다. MIDNIGHT 세트에서 처음으로 펼쳐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시골 의사>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변신>은 이미 첫 문장에서 변신을 마치고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꿈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이 와중에도 출근을 걱정하는 그레고르는 너무 성실한 가장이었나 보다.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를 본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위협하고 방문을 닫아 버린다.
두 뺨이 창백하게 변했던 딸이 아름답고 탐스러운 처녀로 활짝 피어난 것이다.
새벽에 여동생 그레테가 오빠의 식사를 챙겨준다. 그래도 오빠 생각해 주는 건 그레테 밖에 없었다. 엄마는 가구도 내다 팔고 생계를 위해 다들 나가서 일을 하기 시작하고 하숙을 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를 맞고 부상을 당한 그레고르는 죽을 때까지 가족을 생각하다 죽는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나머지 가족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진짜 한 가족이 맞는 걸까?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만약 사고를 당해서 그레고르 잠자처럼 변신을 하게 되면 나머지 가족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나도 저 가족들의 입장이 되면 그들처럼 새로운 꿈들과 멋진 계획들을 짜고 있을까?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 게 삶이라서? 그래서일까? 인간의 바닥까지 보여주는 카프카의 글을 자꾸 찾아서 읽는 나를 보게 된다.
속은 거야, 속은 거야! 잘못 울린 야간 비상벨 소리에 덜컥 응했다가ㅡ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 것이다.
<시골 의사>는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는 겨울날,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10마일이나 떨어진 마을에 급하게 왕진을 가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시골 의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차는 있지만 그걸 몰아줄 말은 간밤에 얼어 죽었다.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일단 무조건 간다. 왜냐고? 군청에 고용된 멀리 변두리까지도 가야 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시골 의사니까.
소년은 죽고 싶단다. 의사도 죽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 이치라는 그런 것이다. 쓸데없이 헛수고만 한 셈이다. 마을 사람들 모두 야간 비상벨을 누르며 의사를 괴롭히고 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
현실의 부조리, 인간 실존의 무의미를 설명한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카프카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하다. 어딘가에서 내동댕이쳐진 삶인 걸 알지만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은 또 어쩌란 말이냐?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 노래도 생각나네. 의사도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다. 사회가 부여한 의무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