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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지구상의 모든 종족에게 바친다. 우리는 개인 단위로, 무리 단위로, 국가 단위로 모두 다르지만 증오와 악을 주입하는 세뇌 교육에 굴하지 말고 한마음으로 선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 모두는 고통과 인내의 세월을 보냈다. 부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미래를 마주할 수 있음을 믿기를."
순록 사냥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거듭되고, 피로 얼룩진 보복으로 치콰이족과 그위친족은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위친족의 서로 다른 무리에 특이한 소년 다구와 소녀 주툰바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구는 남자들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사냥과 달리기에는 관심이 없고 강과 시내, 호수와 늪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일 년 내내 태양이 비치는 남쪽의 따뜻한 나라인 '해의 땅'을 찾아 한 무리가 떠났다는 전설을 철석같이 믿고 자신도 해의 땅을 찾아내겠다고 맹세하며 자랐다.
반대로 다른 무리에 살고 있는 주툰바는 여자들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요리와 바느질에는 관심이 없고 식물을 채취하고 달리기, 수영, 사냥을 배우고 새소리를 내는 노련한 사냥꾼으로 자랐다.
다구와 주툰바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가족들과는 반대로 부족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비난하게 된다.
다구는 다구대로, 주툰바는 주툰바대로, 그들의 아버지들은 부족의 관습과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비난과 압박을 받게 된다. 추방당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선 부족과 함께 하는 연대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냥 걷고 있는 다구와 혼자 사냥을 하고 있던 주툰바는 강가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름을 묻고 헤어지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다구는 무리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된다. 그리고 '새소녀 주툰바'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세 오빠들을 만나게 되면서 다구는 세 오빠들이 속해 있는 수장의 허락을 받고 그의 무리들은 함께 지내게 된다. 그 후 다구는 '해의 땅'을 찾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햇빛'을 만나 가족을 이루게 된다.
혼인을 시키려는 부족의 관습과 전통 대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부족을 떠난 주툰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자유가 아니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서로를 증오하는 치콰이족의 투라크였다. 그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던 가족 없이 주툰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치스러운 노예의 삶을 버텨내는 고통 속에서 그녀는 점점 변해갔고 급기야 자신이 가장 증오했던 모습이 되고 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구와 주툰바가 다시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여기서 '아~~ 이제서야 둘이 잘 되려나 보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 둘은 또 스치듯 지나간다. 마치 시간에 부는 바람처럼.
다구는 '해의 땅'을 찾아서 꿈을 이룬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툰바를 괴롭혔던 사건들은 그녀의 오만함이 선택한 잘못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주툰바와 다구는 어릴 적 강가에서 있었던 우연한 만남을 기억하면서 서로가 겪었던 상처와 고통을 이야기하게 된다. '미친 여자'로 불리는 주툰바와 다구는 상처 입은 자들이 서로를 알아보듯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치유하는 경험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연대감으로 주툰바와 다구는 다시 이 삶을 살아나갈 힘을 얹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새소녀 주툰바와 다구는 자신들이 선택한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