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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평점 :

나는 오늘 12월 25일 사랑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어떻게? 스스로 잘 준비해서 품위 있게? 아니면 남아 있는 자들에게 등 떠밀려서 허둥지둥 떠날 것인가? 불혹을 넘으면서 탄생의 기쁨과 축복을 소원하는 시간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시간들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젊은 시절엔 나만은 죽음을 피해 갈 것처럼 살았었는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이 세상에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 확실한 죽음에서 멀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역사 속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것이리라. 호랑이의 고환을 먹기도 하고,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수혈하거나 진시황제처럼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을 보냈다는 기록처럼.
30년 차 피부과 의사로 아버지의 긴 투병 생활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아버지가 남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런 잘 죽기 위한 웰다잉을 위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죽음은 살아서는 절대로 경험해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없는 사람은 없으리라. 의사로서 지켜본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죽음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수면 아사(睡眠餓死)'라는 단어는 죽을 때를 느끼게 되면 곡기를 끊고 잠든 채 서서히 굶어가는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고통 없는 인간적인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의 한국에서 집에서 가족에 둘러싸여 행복한 자연사를 생각할 수 없다. 대부분이 차가운 병원에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현재 발달한 의료기술들은 병원과 의사와 법률을 통해 말 그대로 인간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후대를 위해서나 무연고 묘지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나의 장묘방식도 생각해 볼 문제다.
그리고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과거에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기기증 뉴스를 보고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던데 김C나 김지선 씨의 신분증에 장기기증 의사 등록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걸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도 오늘 12월 25일 사랑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이 책이 또 이렇게 나의 변화를 이끌어 내주었네. 건강하게 잘 사용하다 누군가에게 주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으니 나도 80세 이후의 삶은 덤으로 생각해야겠다. 나의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너무 갑자기 그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본다. 인간의 마지막, 끝이라는 죽음이라는 미래의 불안감에 갇혀 사는 삶이 아니라 그래서 오히려 더 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