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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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은 처음 접하는 프랑스 시인이다.
2020년에는 한정원 시인의 『시와 산책』 이 나의 가방 속에 항상 있었는데, 2021년에는 당당히 보뱅의『작은 파티 드레스』가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 책은 신기하다. 보뱅이 당신이라고 부르는 그 호칭에 내가 그 글 속에 빠져들게, 아니 이미 그 속에서 보뱅이 글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힘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감탄하게 만들었다.

글 쓰는 사람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로 서문을 열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토요일이라는 일상 속에서 글 쓰는 사람이 읽는 원고를 같이 읽고 느끼고, 위대한 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온갖 색깔의 노트에다 글을 쓰는 그녀를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가난한 삶이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보뱅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시인들은 가난한 시인이 많았는데 무언가 결핍이 있어야 글을, 그것도 시를 쓰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마지막에 시를 쓸 때 가장 많이 노래되는 사랑의 시로 이 에세이는 마무리된다.

책 이야기할 때 하루 종일 수다가 가능한데 보뱅의 글들은 내가 다 좋아하는 주제인 책, 독서, 글쓰기, 사랑이 가득한 글들로 엮어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작년 겨울엔 한정원 시인의 작품으로, 올해는 보뱅의 글들로 2021년이 풍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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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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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미술책들처럼 제목이 90일 밤의 미술관이니까 그냥 90장의 그림에 설명 몇 줄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유럽 여행 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할 작품 감상 비법서가 되어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의 미술관을 훤히 알고 있는 5명의 프로 도슨트들과 함께 걷고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영국에서는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를, 프랑스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마르모탕 미술관을, 네덜란드에선 레이크스 박물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을, 스페인에서는 프라도 미술관, 톨레도 대성당,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을, 독일에서는 알테 피나코테크를 방문하고 그 외 미국과 멕시코의 다양한 미술관을 다니며 102점의 그림을 각 나라별로 시대순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루에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그 외에 미국과 멕시코 각 나라의 작품들 중 2~3개의 작품을 감상했는데 유럽의 미술관을 이렇게 편하게 현장에서만 가능한 도슨트의 해설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미술사의 흐름을 쉽게 설명해주었다. 작품마다 마지막에 적어 둔 감상 팁은 작품의 중요 포인트나 작품과 함께 감상할 다른 작품이나 영화 등을 알려주고, 정말 현지에서 들려줄 것만 같은 짧은 에피소드들은 보석같이 빛나는 팁이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정지된 시간에 이 책으로나마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다.


꼭 이 책과 유럽여행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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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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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QR코드로 모르는 곡들을 찾아 너튜브를 찾아 헤매지 않도록 해 준 것이다.



책 표지에 이 책의 목표가 씌여져 있다.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클래식은 자는 노래지!"라고 아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좋은 책이다.


'코로나 시대에 귀 호강이나 한번 시켜줘 볼까?'라는 생각에 펼쳐든 책 속에는 어마 무시한 팁들이


마구마구 써져 있다. 이건 웬걸. 잠자긴 글렀다.



어디선가, 언젠가 들었던 그 고전음악들에 이런 사연이 있었어?


악성 루머에 시달린 곡이며 막장을 치닫는 곡들도 있고,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도 있고.


이런 음악과 관련된 뒷얘기들을 읽느냐고 잠을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아~ 재미없고 졸린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던 나의 고정관념을 팍팍 깨준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


귀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놀라고 웃느냐고 입도 즐거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책이다.



학창 시절은 물론 지금도 맨날 헛갈리던 숭언지 송언지.


이젠 피아노 5중주 '송어'를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펄떡펄떡 뛰노는 송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음악 감상을 해보시길 추천드린다.


1도 따분하지 않고 졸리지도 않은 클래식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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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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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월』은 '마르그리트 뒤라 세상', '프랑수아즈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램 독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941년부터 2006년까지 65년 동안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그녀, 우리, 사람들의 기억들이 담겨 있다. 우리 모든 사람들이 지나온 65년의 세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읽어 나가는 동안 진짜가 되어 그 속에서 같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경험을 했다.

첫 문장, 모든 장면들은 사라질 것이다.

전쟁이 끝나면서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공장에서 넘쳐나게 만들어지는 물건들로 소비사회로 변화하면서 쾌락과 성의 자유를 부르짖는가 하면 평화와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1999년 세기말과 2000년. 지구 종말론이 유행하고 Y2K 밀레니엄 버그로 전력 공급과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사회 전체가 난리 블루스였던 그때.

아니가 적은 시대적 사건들은 내가 성인이 되면서 기억하는 사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권문제, 복지 문제, 전쟁, 테러, 광우병, 에이즈, 이민, 난민, 불법체류 등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지금도 그 문제들은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다.

데자뷔 해야 할까?
2006년 이후 65년 후 2071년에 『세월』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다지 달라져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 에르노의 부작용이 있다.
나 늙은 것 같다. 65년을 여행하였으니 내 나이 100세다.
더 늙기 전에 그녀의 다른 작품을 찾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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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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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은 1974년에 발표된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이다.
'자전적 소설'이라는 글쓰기를 날 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드니즈 르쉬르가 스무 살에 경험한 불법 낙태 수술에서 시작한다.
썩은 보라색 꽃.
나는 다만 그것이 천천히 죽어가다가 사라지고, 피로 가득 찬 주머니 안에 잠긴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다.
끈적거리는 분비액으로...... 그리고 사라진다. 그게 전부다.

르쉬르 카페 겸 식료품점의 딸이었던 드니즈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느꼈던 수치심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톨릭 국가에서 보라색은 애도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1960~70년대 유럽에서는 제2세대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다. 보부아르도 이때 활동하던 사상가였다. 여성들은 단순히 일할 권리만이 아니라 직장에서의 평등과 임신중절 합법화 등 시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다.

세탁기, 분유, 피임약의 발명으로 가사노동이나 출산의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구조가 지속되었다.

임신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왜 여성들은 불법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도 2021년부터 '낙태죄'는 없어졌으나 아직도 건강한 임신 중지 방법에 대한 문제는 논의 중이다.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를 읽은 것은 자궁을 가졌다는 불행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 행해진 시민권 운동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드니즈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이 글을 읽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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