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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어릴 적 읽은 「개미와 베짱이」에서 답은 명확했다. 여름 내내 부지런히 일한 개미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노래하며 놀기만 한 베짱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이 우화가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은 단순했다. 일하는 자는 살아남고, 노는 자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개미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이 우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할까. 「개미와 베짱이」의 결말을 다시 써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개미가 하던 일을 로봇과 AI가 모두 대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먹이를 나르고 저장하는 일도, 집을 짓고 관리하는 일도 기계가 해준다면 더 이상 개미의 부지런함은 최고의 미덕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때 가장 당황하는 존재는 평생 일하는 법만 배운 개미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미처럼 살아왔다. 공부하는 이유도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였고, 시간을 아껴 쓰는 이유도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생산적인 휴식’을 찾는다. 운동은 건강관리이고, 독서는 자기 계발이며, 여행마저 경험이라는 자산으로 바꾸려 한다.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이상할 만큼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는 일하는 법은 열심히 배웠지만, 노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노동은 돈만 주었던 것이 아니라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감각도 준다. 직업과 성과가 사라졌을 때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것인가.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AI가 만들어준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권태가 된다. 그 빈자리를 쇼핑과 숏폼, 게임과 알고리즘이 끝없이 채운다면 '가장 우아한 감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베짱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베짱이는 노래하고 음악을 만들고 여름을 즐길 줄 알았다. 산업사회에서는 그것이 무능과 게으름의 상징이었지만, 노동이 기계의 몫이 되는 시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활동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모두 무책임해 보이는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개미의 성실과 베짱이의 즐거움을 함께 가진 인간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할 줄 알면서도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 전부라고 믿지 않는 사람, 성과가 없어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산책하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충분히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어쩌면 여름 내내 일했던 개미에게 어느 날 AI가 찾아와 말한다. “이제부터 일은 내가 할게.” 그런데 자유를 얻은 개미는 기뻐하기는커녕 막막해진다. 평생 일하는 법밖에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개미가 찾아가야 할 존재는 뜻밖에도 베짱이일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지?”
그러면 베짱이는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그럼 이제,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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