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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과 세운상가 - 왜 시장이 바뀌면 서울이 바뀔까
박경선 지음 / 돌고래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도시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서울은 끊임없이 바뀐다. 낡은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랜드마크가 세워질 때마다 우리는 '더 좋아졌다' 혹은 '세금 낭비다'라는 평가부터 내린다. 그러나 『노들섬과 세운상가』는 그보다 한 걸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공간을 바꾸는 권력은 누구를 위해 행사되는가.
건축과 도시공간을 연구하고 서울시에서 직접 실무를 경험한 저자는 노들섬과 세운상가라는 두 공간의 변천을 따라가며, 도시가 어떻게 정치의 언어가 되는지를 차분하게 해부한다. 개발과 재생이라는 서로 다른 철학을 내세운 두 시장(오세훈→박원순→오세훈)은 겉으로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간을 자신의 비전과 리더십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무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는 장소라는 사실이다. 시민들은 그곳에서 일하고, 사랑하고, 추억을 만들며 자신만의 의미를 덧입힌다. 하지만 정치가 바뀔 때마다 공간 역시 처음부터 다시 설계되고 이전의 흔적은 지워진다.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다. 책 속 인터뷰에서 흘러나오는 상인과 실무자들의 목소리는 도시계획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뒤흔드는지 생생하게 증명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준다. 우리는 새로운 건물이 생기면 디자인이나 예산부터 따지지만, 정작 누가 결정했고, 누구의 목소리가 반영되었으며,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하는지는 자주 묻지 않는다. 저자는 바로 그 질문을 시민에게 돌려준다. 도시는 정치인의 업적을 전시하는 무대가 아니라 시민의 시간이 축적되는 삶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노들섬과 세운상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부이지만, 사실 이 책이 말하는 문제는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개발 공약,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책, 장기적 비전보다 임기에 맞춰 움직이는 도시계획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서울의 공간을 다루면서도 민주주의와 행정, 권력, 시민 참여를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교양서가 된다.
『노들섬과 세운상가』는 건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권력을 읽는 책이다. 그리고 도시를 소비하는 시민에서 도시를 질문하는 시민으로 우리를 한 걸음 옮겨 놓는다. 공간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둘러싼 권력과 기억, 그리고 시민의 참여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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