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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혼의 왈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기록은 문명을 이어 주고, 망각은 문명을 무너뜨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믿는 작가다. 최근 내한 인터뷰에서 그는 "미래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 과거를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영혼의 왈츠』는 그 말을 가장 잘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죽음 이후의 세계와 전생, 아포칼립스라는 거대한 설정을 내세우지만, 끝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주인공 외제니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 1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사 시대의 불, 수메르의 문자, 이집트와 그리스의 지식까지 문명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지나며 깨닫는 것은 문명을 만든 힘이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기억을 기록으로 남긴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경험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다음 세대의 지혜가 된다. 그래서 문명은 기록 위에서 발전한다.
반대로 문명이 무너지는 이유도 선명하다. 인간은 역사를 잊고 같은 욕망을 반복하며, 지식은 권력의 손에 들어가 폭력의 도구가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얘기하는 '계몽주의와 몽매주의의 싸움'은 바로 이 소설의 핵심 같다.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지식과 사람을 지배하려는 무지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왔고, 오늘날 뉴스 속 양극화와 혐오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작가의 시선은 섬뜩할 만큼 현실적이다.
소설 속에서 불은 음식을 만들 수도, 마을을 태울 수도 있고, 글은 진실을 기록할 수도, 거짓을 퍼뜨릴 수도 있다. 작가는 AI 역시 불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기술은 선도 악도 아니며, 결국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인간의 몫일 뿐이다. 그래서 『영혼의 왈츠』는 전생을 다룬 판타지인 동시에,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 된다.
외제니는 여러 생을 거치며 문명을 이어 온 사람들이 결국 기록하는 사람들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떤 조언도 듣게 된다. 허구는 현실을 가장 멀리 벗어나는 장르가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는 형식일 것이다.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이 질문 끝에서 작가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한다. 문명을 구하는 것은 초월적인 영웅도, 압도적인 기술도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기록을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문명을 이어 주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다. 그리고 기록은 결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인간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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