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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김보영 작가의 책을 펼칠 때마다 느끼는 건, 차갑지 않은 상상력이다. 과학적 개념이 앞서기보다 인간과 비인간의 마음결을 끝까지 붙잡는, 특유의 따뜻한 단단함. 나는 그것을 오래 좋아해왔다. '책방소풍'에서 열렸던 북토크에서, 작가가 말하던 낮고 단단한 목소리를 한 번 듣고 난 후로는 더더욱. 그때 들었던 말들이 책 속 문장과 겹쳐 흐르는 느낌이 들어 더욱 친밀하게 읽었다.
『SF 작가의 사유와 글쓰기』는 소설이라는 세계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 그리고 그 힘을 다루는 창작자의 태도를 정직하게 보여준다. SF를 규정하려 들지 않고, SF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확장하고 인간을 바라보게 만드는지, 작가가 직접 체화한 방법을 통해 보여준다.
“당신이 한껏 자유로워진다면 그 글은 어쩌면 SF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서 출발하고, 그 관심을 자유롭게 따라가라는 것. SF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태어난다고.
작가가 강조하는 ‘주설정’ 개념도 흥미롭다. 그의 소설에서 배경이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작동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저 이승의 선지자》의 세계관이나 《종의 기원담》의 감각은 바로 이 설정이 인물과 함께 서사를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이라는 설정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도 하기에, 이 설명은 묘하게 현실과도 겹쳐진다.
가장 짜릿했던 부분은 ‘뻔뻔하게 틀리라’는 조언이었다. 핵심은 과감하게 틀리되, 나머지는 철저히 엄밀하라는 것. SF의 쾌감이 바로 이 대비에서 온다는 설명은 작가의 작품을 떠올릴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 하나 중요한 비책은 이중 스토리라인이다. 과학적 서사와 감정의 서사를 동시에 흐르게 하여 독자를 끝까지 붙잡는 방식. 〈인터스텔라〉의 부성애가 블랙홀의 과학만큼 강렬했던 이유처럼, 김보영의 작품도 언제나 감정의 줄기를 잃지 않는다.
삶도 소설과 닮아 있다. 정답을 말하려 하기보다, 하루하루의 디테일이 결국 세계를 만든다. 작가의 이 조언은 단순한 창작론을 넘어,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속삭이는 듯했다.
오랫동안 김보영 작가를 사랑해온 독자로서, 이 책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다시 살아볼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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