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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이야기”
설레스트 잉의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현실적인 기록이다. 나는 이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읽는 내내 나는 하나의 증언을 들었다. 누군가의 사라짐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사라진 자리를 꿰매며 걸어가는 한 아이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오래전에 잃어버린 우리의 심장을 되짚었다.
버드, 아니 노아. 더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게 된 한 아이가 있다. 어머니가 '파오'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얼굴이 '미국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감시받고, 침묵해야 하며, 지워져야 했다. 단지 어떤 ‘피’에서 비롯된 타자성이 이유였다. 나는 이 소년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친 수많은 ‘지워진 존재들’이 함께 떠올랐다.
소설 속 미국은 낯설지 않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과, 어제 뉴스에서 본 장면들과, 우리가 싸워야 했던 수많은 권력의 얼굴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 ‘PACT’라는 이름 아래, 국가는 ‘순수’와 ‘애국’을 명분 삼아 폭력을 정당화한다. 소설은 그러한 국가 폭력이 어떻게 사적 감시와 분열, 혐오로 이어지는지를 잔혹하리만큼 정밀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지금’이라는 시간과 너무나 가까운 디스토피아로 상상이 아니다. 반복되는 과거이며, 현재의 전조이고, 미래를 향한 경고다. 책을 태우는 대신 화장지로 갈아 넣는 문명화된 검열, 아이들의 이름을 지우고 얼굴을 납치하는 ‘정책’이라는 이름의 폭력. 작가는 말한다. “이것은 허구가 아니다. 이것은 내가 버틸 수 없어 결국 써야만 했던 진실이다.”
‘우리’의 불행이 ‘그들’의 행복 때문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는다. 마치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을 향한 혐오가 늘 그래왔듯이. 이유를 만들어내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장 비극적이다.
이야기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기억의 저장소이자, 저항의 도구다. 노아가 그림 한 장을 붙잡고 어머니를 찾아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이야기 덕분이었다. 시와 말, 고리처럼 이어진 기억의 파편들이 공동체의 붕괴를 거슬러 올라가는 유일한 힘이 된다. 우리는 말해야 한다. 증언해야 한다. 그들은 단지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다른 누구와도 다른 존재’였음을 말해줘야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다시금 다짐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목격자여야 한다. 우리가 본 것, 들은 것,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 말할 책임이 있다.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이며, ‘존재’ 그 자체가 죄가 되는 세상에서 말하는 일은 곧 살아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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