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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나는 불편하다. 젠더 혼란을 미화한 건 아닐까?
토리 피터스의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겉보기엔 ‘용감한 질문’을 던지는 듯하지만, 실상은 생물학적 현실과 전통적 가치에 대한 도전과 부정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특히 이 소설은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이슈를 혼합하며, 가족, 성별, 부모됨 같은 근본적 개념들을 해체하려 한다.
작품 속 인물 리즈는 트랜스 여성으로, 출산 능력이 없음에도 ‘엄마’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모성’이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감정이 아니라, 생물학적·심리적 연결이 결합된 복합적인 개념이다. 사회가 엄마라는 역할을 시스젠더 여성에게 중심적으로 허용해온 이유는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실과 그에 따른 책임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기본적인 상식과 경계를 흐리려 하며, ‘돌봄’만으로도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에 혼란을 주고 있다.
에임스라는 인물은 트랜스 여성이었다가 다시 남성으로 ‘디트랜지션’한 존재다. (남성→여성→다시 남성) 작가는 이를 통해 젠더 정체성의 유동성과 사회의 억압을 말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그 인물 안에 존재하는 정체성 혼란과 정신적 불안정성에 주목하게 된다. 성별은 개인의 기분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의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마치 정체성의 혼란 그 자체를 용기나 실험으로 치켜세우며, 젠더에 대한 회의감을 넘은 혼란을 안겨준다. 성기 바꾸기가 장난인가?
소설에서는 전통적 가족제도를 낡은 것처럼 묘사하며, 트랜스 여성, 디트랜스 남성, 시스젠더 여성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형태를 하나의 대안처럼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가족’은 책임과 안정보다는 감정적 선택과 즉흥성에 기반한 공동체에 불과하다. 가족이란 단지 양육의 기능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세대 간 연속성, 안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이 말하는 ‘가족의 다양성’은 그저 급진적 실험에 불과하다.
‘포용’이라는 미명 하에 “트랜스 여성도 여성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현실을 거스르고 있다. 여성이라는 성은 단순히 정체성의 문제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현실과 사회적 역할의 총합이다. 트랜스 여성을 여성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단순한 ‘포용’으로 풀 수 없는 복잡한 쟁점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를 문제화하기보다는, 비판을 침묵시키는 건 아닐까?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소설이다. 시대정신이라 불리는 '포용'과 '다양성'을 비판 없이 소비하려는 문학계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작품 같다. 전통적 가치와 상식에 기반을 둔 나 같은 사람은 트랜스젠더 인물들의 혼란과 고통,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을 ‘용감하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에게도, 태어날 아기에게도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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