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뚫는 세계사 - 시대를 이끈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김효성.배상훈 지음 / 날리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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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영웅인가, 악당인가. 누가 그들을 한 줄로 단정했는가.”


이 도발적인 문장은 《꿰뚫는 세계사》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역사적 인물들을 단선적인 평가로 재단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그 속에서의 선택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위인’으로 외웠던 인물들이 사실은 ‘독재자’였을 수도 있고, 반대로 ‘악당’으로만 알려진 인물이 당시의 시대적 제약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린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역사 교사 김효성과 범죄 프로파일러 배상훈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으로 ‘사건’이 아닌 ‘인물’을 중심에 두고 서사를 전개해 나간다. 역사 속 인물들을 심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해부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역사와 인간 심리 사이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탐정극을 보는 듯하다.


로마 시대 네로는 흔히 광기의 황제로 알려져 있지만, 책은 그가 권력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당했던 인물로도 조명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단순히 ‘운 좋은 여왕’이 아니라, 외교와 권력의 정글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시킨 치밀한 전략가로 그려진다. 노예 해방의 성인으로 숭배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역시, 그의 결정이 도덕적 신념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가까웠다는 분석은 불편하지만 중요한 통찰을 던진다.


이처럼 《꿰뚫는 세계사》가 특히 돋보이는 점은 인물을 영웅 대 악당의 단순한 구도로 보지 않고, 인간이 겪는 갈등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있다. 이 책은 “사실 그는 악인이었다” 혹은 “진정한 영웅이었다"라는 식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평가하고 기억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얼마나 시대적·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역사 읽기의 출발점일 것이다.


또한 각 인물에 대한 해설 뒤에 ‘프로파일링 보고서’ 형식을 더함으로써,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치지 않고 분석적으로 역사 읽기를 유도하고 있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인과적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인물의 재해석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권력과 윤리, 개인과 구조의 관계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요컨대 《꿰뚫는 세계사》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세계사를 다시 읽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영웅이라 불렀고, 누가 악당이라 규정했는지, 이 책은 그 모든 질문을 되돌려준다. 역사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영웅도, 악당도 결국은 인간이었고, 인간이기에 마땅히 이해해야 할 복잡성과 모순이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궤적을 따라가며 말한다. 역사는 기억의 싸움이며, 이해의 과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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