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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리딩투데이지원도서
2023년 올해의 책으로 등극한 책! ※주의사항 : 560페이지가 벽돌책으로 느껴지지 않음.
터키, 아니 튀르키예로 이름을 바꾼 나라의 작가로는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어렵게 읽었던 적이 있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프 샤팍의 <이브의 세 딸>의 제목만 보고,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처럼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딸로 외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세 명의 여성 서사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땡!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고,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뒤섞인 곳, 현재 튀르키예의 수도는 앙카라지만 과거 오스만 제국의 수도는 이스탄불이었다. 자국 내에서도 이슬람주의자들과 투란주의자들은 '아시아'라고 주장하고, 세속주의자들은 오스만 제국과 발칸 국가들과의 연관성 때문에 '유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란주의: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있는 투르크계 모든 민족의 총칭으로, 투란 민족들의 일체성을 추구한다.
세속주의: 기구나 관습, 가치관, 그 소속된 사상들이 종교나 신앙심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엄마와 종교에 회의적인 아빠 사이에서 페리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페리가 가장 사랑하는 큰 오빠 우무트는 어느 날 밤, 들이닥친 경찰에게 연행되고 감옥에 가게 되고, 엄마는 성지순례를 떠나고 작은 오빠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태에서 막내 페리가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스탄불에 계신 엄마와 아빠 대신 히잡을 쓴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페미니스트인 모나와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무신론자인 쉬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토니 자카리아스 아주르 교수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수업에 자석처럼 끌리게 된다.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엄마와 부정하는 아빠 사이에서 자란 페리에게 어쩌면 신의 존재가 가장 궁금한 화두였을 테니까.
아주르 교수의 수업은 신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세태를 보면 아주르 교수의 말처럼 독실한 신자에게는 약간의 회의가 필요하며, 무신론자에게는 약간의 믿음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가장 무섭고,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이 세상이 흑과 백으로만 나눌 수 없다. 공산주의를 보고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부족주의를 보고 국제주의를 생각하게 된다. 한 나라의 시민만이 아닌 세계시민으로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열린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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