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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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인간 실격>이 싫었던 분들에게 권한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재치 발랄한 작품들이 허무주의 요조로 변했을까?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 (津島 修治つしま しゅうじ)이다.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고향인 쓰가루 사투리로 읽었을 때의 발음이라고 한다. 쌀을 살로 발음하는 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 제주도 사투리를 들으면 못 알아듣는 그런 느낌인 듯. 훗!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 딱 1권으로만 만났었다. 그것도 <인간 실격>의 주인공인 요조를 예명으로 사용한다는 가수 요조의 이야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카당스 같은 허무주의 문학은 너무 무거워서, 문장이 아무리 아름답다고는 해도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을 선뜻 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939년 서른 살에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시기에 집필한 작품집이라며 <인간 실격>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며 권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



데카당스 Décadenc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된 퇴폐적인 경향 또는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용어다.(출처:네이버 문학비평 용어 사전) 대표 작가로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 오다 사쿠노스케의 <백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등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패망 이후 정신적으로 공황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에게 데카당스 문학이 지지를 받게 되지만 유럽의 것과는 약간 성향이 달라진다.



표제작 「달려라 메로스」는 그리스 신화 다몬과 핀티아스 Damon und Phintias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시 <인질>을 전거로 삼아서 '우정과 신뢰'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을 대신해서 인질로 잡혀있는 친구 세리눈티우스를 찾기 위해 달리고 있는 메로스와 함께 뛰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짧은 문장이지만 호흡이 빨리지는 신기한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온갖 방해와 장애물을 뛰어넘는 우정과 믿음에 서로의 뺨을 한대씩 때리면서 기쁘게 우는 모습에서 원작이 있는 작품이지만, 다시 한번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력과 유머에 놀랐다.



옛이야기 중 카치카치산カチカチ山은 잔혹 전래 동화로, 카치카치는 일본어로 '딱딱'이란 뜻으로, 돌 따위를 부딪히는 소리를 말하는데 카치카치산은 딱딱산이라는 뜻이다. 너무나 잔혹한 전래동화를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무자비함과 단순함으로 돌려 말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머러스에 놀랐다.



<달려라 메로스>에 실린 작품들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이솝 우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짧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유머 코드에 웃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무거웠던 다자이 오사무가 아니라 재기 발랄한 이야기꾼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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