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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나오키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 대상 등 일본의 3대 문학상을 휩쓸고, 나오키상 처음으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고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출간 전부터 시끌벅적했던 소설이다.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같아. 다른 마을에 마구 쳐들어가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았지. 그렇게 백성들을 먹어치우며 같은 일을 되풀이했어. 전쟁이란 그런 거야."
중일전쟁과 국공 내전으로 공산당에 쫓겨 대만으로 옮겨온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에 예준린이 있었다. 예준린은 포목점을 운영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고, 독일제 권총을 가지고 다니면서 전쟁에서 활약했던 무용담을 들려주며, 본토(중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분이었다.
언제나 항상 자신을 응원해 주는 할아버지(예준린)가 살해당한 현장을 목도하게 된 열일곱 살 예치우성은 포목점에서 발견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생을 걸고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중국과 대만, 공산당과 국민당, 이념으로 갈라선 시대는 누구에게나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된다. 우리가 겪은 6.25 전쟁처럼 중국과 대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것 같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해가는 정세 속에서 민초들이 선택한 삶에 대해서 누가 잘잘못을 따질 수 있을까?
<류(流)>를 읽으면서 다른 나라의 근현대 역사에 참 무관심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소설 속 배경으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흐를 류(流)를 역사는 흐른다로 읽어도 괜찮을 듯싶다. 타인의 인생에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된 듯하다.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처럼 중국과 대만의 관계도 불편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ㅡ러시아 전쟁이 뉴스에서 계속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대만에 미 하원의장 펠로시가 방문한 뉴스를 둘러싸고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식과 중국 미사일 11발이 대만 국민들 머리 위로 발사되는 경악할 만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대만 태생 작가의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된 건 시의적절해 보인다.
아키라 히가시야마는 대만에서 1968년에 태어났지만 1973년부터 일본에서 자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대만, 일본,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류(流)> 같은 소설을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일지도.
데킬라를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처럼, 소설 속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 모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처음엔 미스터리 소설로 읽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역사 이야기였다. 아키라 히가시야마의 다른 작품들이 마구마구 궁금해진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