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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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 지원도서 #왕언니를만났다


[완독서평]


한국에 심시선이 있다면, 지구 반대편엔 영국 여인이 있다.


가끔, 소설을 읽다 보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주인공을 만날 때가 있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진짜로 만나고 싶은 주인공들이. 얼마 전에 읽은,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속 심시선 언니를 나의 인생 선배로 삼고 싶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에 심시선 같은 여인이 쓴 일기장을 읽으면서, 영국에 여행을 가면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언니가 생겼다.


100여 년이 흘렀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여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재미를 느끼면서, 작은 글자로 보여주는 그녀의 진짜 속마음에 키득키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전철 안에서 읽을 때 마스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거실의 모습은 변한 게 없다. 매체만 바뀌었을 뿐! 무뚝뚝한 성격에, 말없이 타임지를 읽는 남편 로버트와 우리 집 거실 소파를 독차지하고 앉아 스포츠 채널을 보고 있는 남의 편의 모습은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 세월이 흘렀지만 변한 게 없더라.



영국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들의 모습은 나의 일상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 이어서일까? 아니면 델라필드 작가의 글솜씨 때문일까? 흔히 있는 조금은 재수 없는 여성 상사 역할을 하고 맡고 레이디 복스와 호들갑스러운 마드무아젤, 이건 하인인지 상전인지 헛갈리는 요리사 아주머니, 과격한 페미니즘을 보여주는 미스 팬커튼. 그들 사이에서 영국 여인이 들려주는 자조와 연민의 목소리.


스텔라 장의 노래처럼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것처럼 두 아이를 키우며 하인을 부리고 살아가는 가계부는 전당포에 소중한 것을 맡길 정도로 빠듯했다. 그런 와중에도 문학작품을 읽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식인의 삶을 놓치지 않았던 영국 여인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만들어준 것은 어쩌면 뒷담화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일기장을 계속해서 써 내려간 것을 아니었을까?


일기 쓰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는 로버트에게 닥치고 잠이나 자라고 소리쳐본다.


Dairy of a Provincial Lady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E.M. 델라필드 ㅣ 박아람 옮김 ㅣ 이터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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