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9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지음, 김현준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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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사랑 반댈세. 인도양 서쪽 끝 프랑스 섬(현재의 모리셔스) 오두막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태생이 부잣집 아가씨인 비르지니와 사생아인 폴의 사랑이 높은 확률로 결실을 맺기 위해선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야 가능할 듯 보인다. 후훗! 너무 속물적으로 들릴까?


프랑스 섬 포르루이(현재 포트루이스)에서도 산간벽지에 있는 두 채의 오두막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었는지 궁금해하는 젊은이에게 1726년을 회상하며 노인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귀족 집안 출신 라 투르 부인은 열병에 남편을 잃게 된다. 임신한 채로 과부 신세가 되었고, 재산이라고는 여자 흑인 노예 한 명뿐! 무인도와 다를 바 없는 섬에서 친구를 만나게 된다. 마르그리트는 임신한 채로 귀족에게 버림을 받고 남자 흑인 노예와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 신분 차이는 있었지만 딸과 아들을 키워야 하는 엄마의 입장이어서 가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라 투르 부인은 비르지니라는 딸을, 마르그리트는 폴이라는 아들을 낳아서 함께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게 된다. 함께 육아를 하고 서로 의지하게 된다. 아기 때부터 우는 폴을 달래는 방법이 비르지니를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었다니 폴과 비르지니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생연분의 인연이었나 보다. 눈 뜨고 눈 감을 때까지 함께 모든 시간을 함께 하는 폴과 비르지니. 외딴곳에서 둘이 함께 배우는 것이라고는 서로는 돕고, 서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니. 글자를 몰라서인지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폴과 비르지니. 그들 앞에 무슨 일이 생길까?


폴과 비르지니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유일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던 라 투르 부인에게 어느 날, 프랑스에 사는 돈 많은 이모로부터 편지 한 장이 도착하게 된다. 11년을 기다린 끝에 받아본 편지의 내용은 구구절절이 헐뜯고 타박하는 이야기뿐이었다. 여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폴은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로 타올랐다. 참말로 어이가 없다. 돈 좀 있다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결혼도 포기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다니. 200년 전에도 돈이 최고인 사회였다.


폴과 비르지니에게 1년 중에서 가장 기쁘고 즐거운 날은 언제였을까? 엄마들을 제외하고 다른 가족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닌 섬에서 커다란 환희에 들뜨게 만드는 날은 바로 두 어머니의 생일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자신들의 생일잔치가 아니라 두 어머니의 생일 잔칫날이라니. 생일 전날 케이크를 만들고 축복을 담아서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는 생일잔치라니.


총독의 욕심으로 폴과 비르지니를 갈라놓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두 젊은이의 사랑은 어떻게 끝날까?


1768년부터 3년간 생피에르 자신이 머물렀던 프랑스 섬의 자연을 관찰한 기록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선 큰 결심이 필요한 시대인데, 250년 전, 프랑스에서 아프리카 인도양의 열대 섬은 말 그대로 미지의 세계였다. 미지의 세계와 순결한 사랑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폴과 비르지니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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