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았던 손 다시 잡으며
송용식 지음 / 마음시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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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의 나주 수첩을 읽고 나주라는 도시에 관심이 생기고 있는 차에 나주평야가 있는 금천 태생이라는 작가의 약력에 호기심이 생겼고, 『늦터진 남자의 바람기, 남평에서 빚어낸 언어들이 시가 되고 사랑이 되고』라는 표지 카피 중에서, 시를 틈틈이 읽는 나는 '시가 되고'에 꽂혔다.



필연처럼 만나게 되는 추억의 집이 있단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도 추억의 집이 작가를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추억의 집을 찾아가는 나도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그리움들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이야기 속으로 잠시 쉼의 여행을 떠나본다.


나에게도 추억의 집이 있다. 방학 때마다 외할머니 댁에 가면 나의 어린 시절의 풍요로운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옛날, 과거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 외할머니 댁 대청에 걸터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여름방학의 기억이 떠오른다. 저녁상을 치운 후, 수박을 먹고 외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으면, 외할머니의 모기를 쫓아내는 부채질의 밤바람이 다리를 간지럽히는 간질간질함이 차오르는 시간이 된다.


저자의 고향에 있는 남평역이 폐역이 되었다. 역사만 남아 있는 폐역보다는 역무원은 없지만 그래도 기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 더 나을까?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진 역사의 역사를 알아볼까? 1930년에 간이역으로 건립되었다가 여수·순천 사건으로 소실되었다가 1956년에 새로 지은 역사이다. 1948년에 보통역으로 승격, 2011년 화물만 취급하는 무 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되었다가 2014년 이후 무정차 폐역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역사 앞에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사진을 찾아볼 수 있었다. 봄날에 휘날리는 벚꽃을 보러 다녀와야겠다.


이 책을 읽다가 발견한 특이점이 있다. 김종, 김병진, 김인환, 엄혁용 작가들의 수필 4편이 함께 실려있다. 자신의 책에 지인들의 글이 함께 묶여 책으로 나온 수필집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한 사람의 에세이만 읽을 줄 알았는데, 5인 5색의 글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수필 4편만 따로 읽어보니 지인들의 나이순으로 글이 묶인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ㅋㅋㅋ. 김종 작가님의 낯선 한자 단어들을 시작으로 영정사진과 수도원 창고와 SRT를 타고 올라오면서 40년 전 소회를 밝히는 이야기들은 동행 수필이라는 이름처럼 송용식 작가와 글 쓰는 친구들에게 진정한 동행이라는 선물로 남을 것 같다.


공기업에서 삼십 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지 10여 년,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저자는 고향 남평에서, 세월이 지어준 추억의 집에서, 지나가다 잠시 쉬어갈 수도 있는 집을 짓고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나 보다. 전라도 나주 남평으로 떠나본다. 가는 김에 나주평야도 한번 바라보고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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