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선물
앤 머로 린드버그 지음, 김보람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릿속이 복잡할 때마다 나는 왜 그렇게 바다를 향해 한밤중에도 달려갔을까?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떨 때는 찰싹찰싹으로, 어떨 때는 철썩철썩으로 들리는 파도 소리는 해수욕장마다, 해안가 도로마다 모두 변화무쌍한 소리로 나를 반겨준다. 파도 소리에 나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손안에 있는 핸드폰은 참 요물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준다. 그래서 바닷가를 거닐 때는 마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듯이 비행기 모드로 바꾼다. 그래야 아무런 방해 없이 사진도 찍고, 파도 소리도 담을 수 있다. 똑같은 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똑같은 파도 소리도 없다. 그때그때 내 마음의 상황에 따라 내가 받아들이는 소리가 다를 뿐.


현실의 바쁜 시간과 고민거리들을 모두 내려놓고 파도 소리에 몸도 뇌도 맡겨 버리자.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은 좀 더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앤 스펜서 모로 린드버그도 글을 쓰는 작가였고, 글라이드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한 최초의 여성이었고,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아내였고, 아이들의 엄마였다. 첫째 아들이 납치, 살해된 사건으로 잃고 난 후 1932년 유괴 범죄를 FBI 관할로 하는 린드버그 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명한 부부로 사는 삶도 사람들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한데 자식을 잃는 사건까지 더해졌으니 얼마나 불편한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바닷가에서 14일이라는 시간 동안 스스로 고독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쓰기 시작한 글이 <바다의 선물>이다.


앤은 우리는 다시 혼자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시대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다. 처음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지겹고 짜증만 내며 보냈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들을 뒤로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자유롭고, 배워보고 싶었던 그림 그리기 교실의 문을 노크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바닷가를 걸으며 모아 놓은 조개껍데기가 점점 쌓여가는 상황을 보며 몇 개의 조개껍데기가 있을 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고, 소박한 삶 속에서 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다. 처음엔 자신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과 영감을 적은 이 책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가 받은 바다의 선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제는 바다로 달려갈 때는 <바다의 선물>을 꼭 챙겨 가야겠다. 책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고 바다 냄새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져 보시길, 스스로 고독을 즐기는 자신이 되어 보시길 바란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바다의선물 #앤모로린드버그 #북포레스트 #고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