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열린책들 세계문학 275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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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를 쓴 팔자주름의 노인의 모습이 인상적인 이 표지 그림은 요세프 차페크의 <장난감 판매상>(1917)이라는 작품이다. 체코의 국민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카렐 차페크의 형인데 형제의 글과 그림으로 한 권의 <평범한 인생>이 만들어지다니 신기하다.


철도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고 정원을 가꾸는 시간을 보내던 노인에게 심장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죽음을 앞둔 노인은 자신의 평소 습관대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성적표, 결혼 증명서, 아내의 편지 등을 스스로 주변 정리를 다 하고 나니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노인은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 대해 자서전을 쓰기 시작한다. 죽음을 예감하고 내 물건들을 스스로 정리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니 나는 너무나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하루에 조금씩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노인의 아버지는 소목장이로 목공소를 운영하셨고 어머니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된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모범생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프라하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나 시詩에 빠지게 되고 아버지의 반대에 반항하고 독립하기 위해 철도공무원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각혈을 하게 되면서 시골 역으로 전근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승진을 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용기 있는 일을 하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 교통부의 고위직으로 일을 하다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지만 이렇게 되돌아본 평범한 인생은 온전한 진실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노인은 스스로에게 반대되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명예욕과 출세욕 때문에 일만 한 것은 아니었나? 왜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혼자서 놀았나? 자존심이 센 겁쟁이는 아니었나? 진짜로 아내를 사랑한 것인가? 장인이 갖고 있는 권력을 노린 것은 아니었는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처럼 나와 함께 살았던 자아들은 억척이, 우울증 환자, 영웅, 시인, 거지 등 자주 등장하는 자아도 있지만 잠깐 표시를 내는 자아도 있다. 차페크는 마지막으로 말하고 있다. 주의를 기울여 보면 그 각각의 속에서 너 자신의 일부를 보게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놀랍게도 너의 진정한 이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르두발>, <별똥별>, <평범한 인생>은 철학 소설 3부작으로 서로의 차이점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형제애를 실천하는 것을 지향하는 차페크 문학의 본질인 휴머니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자아들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고 더 나아가서 나의 자아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을 닮아 있다.


기찻길에 비유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출발역이 있고 종착역이 있듯이 인간의 삶도 탄생과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평행선처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라는 말처럼, 무한을 향해 칙칙폭폭 달리고 있는 아주 평범한 완행열차에 가득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나의 모습인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내 자아 속에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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