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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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최애 출판사가 되어버린 1984Books에서 출간되는 책은 이제 무조건 읽게 된다. 북튜버 다이애나의 책장을 통해서 들어봤던 작가 실비 제르맹! 그녀의 에세이 <페르소나주>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비 제르맹의 문장들은 간결하면서 날카로웠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100년 세월의 이야기로 진입장벽이 낮진 않지만 <밤의 책>과 <호박색 밤>을 덜컥 사버렸다.



기욤 뮈소의 2010년 작품 <종이 여자>에서 실비 제르맹의 말처럼 '페르소나주'인 빌리는 느닷없이, 난입하듯 주인공 톰 앞에 나타난다. 다음 작품을 써야 하지만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된 톰 앞에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인 빌리가 나타나고 빌리를 돌려보내려면 톰은 소설을 완성해야만 가능한 빌리와 톰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제목인 '페르소나주 Personnages'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말한다. 상상한 이야기 픽션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상상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살아 숨 쉰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살아 숨 쉬고 자신들의 삶을 작가에게 속삭인다. '페르소나주'의 숙명에 대한 실비 제르맹의 빛나는 생각들을 차근차근 들어보자.



등장인물들은 자기 얼굴을 다 보여주지 않고 유일무이한 존재로 혼자서만 나타난다. 절대로 떼로 나타나지 않는다.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도 생김새도 알 수 없다. 암호를 풀어야만 문을 열 수 있는 방 탈출 게임의 힌트와 비슷하다. 하나씩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이 섞이는 경우는 <주인>인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야만 그들은 서로 합류할 뿐이다.



신탁을 받은 자들처럼 행동한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아직 그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으니 무조건적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일 수 있겠다. 상상 파트를 맡고 있는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마구마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페르소나주들은 각자 고유의 색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하얀 도화지 위에 선을 긋고 그 위에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소설가의 속에서 움터야 하는 상상의 이야기들이리라. 선 위에 마치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선 채로 한쪽 발을 까딱거리며 바닥을 탁탁 치면서 빨리빨리 이야기를 쏟아내라는 눈빛을 빛내며 쏘아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자들에게 살을 붙이고 독특한 개성을 입힌 소설가의 작품을 읽고 독자는 작가의 상상에 공감을 할 수도 반감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옳게 읽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묻는 시몬 베유처럼 읽는 것은,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그나마 옳게 읽어 나가기 위해 같은 책을 읽고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는 것이리라. 나 하나의 생각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확장되고 색다르게 읽어나가기 위해 독자들도 노력하는 것이리라.



책 후반부에 실려있는 단편 <사시나무>와 <마그디엘>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작가에게 어떻게 나타나고 설정되는지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실비 제르맹의 머릿속에 느닷없이, 난입한 '페르소나주'들은 어떤 인물들인지 <밤의 책>, <호박색 밤>을 이제 만나러 간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말들 사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언어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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