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성년이 된 이후로 학업, 취업, 결혼과 육아의 시간이 휘몰아치듯이 지나간 듯싶다. 정신없는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란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있다. 문득 급한 일에 밀려서 소중한 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채 계속 종종 거리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던 찰나에 <모모>를 다시 만났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자기 말만 중요하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 경청의 능력을 장착한 어린 소녀 모모가 갑자기 마을에 나타난다. 모모는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모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미래를 위해 시간을 저축하라며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마을은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의 시간은 아끼면 아낄수록 하루하루는 점점 더 짧아지고,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 한 해, 한 해가 후딱 지나갔다. 내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다.



심지어 여가 시간까지도 알차게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 차 한잔할 여유조차도 낼 수 없었다. 삶은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었는데 그걸 알아차리는 건 아이들의 몫이었다. 사람들은 회색 신사들을 만난 사실을 잊었지만 회색 신사는 모모에게 진짜 속마음을 들키고 마는데...



악당들은 왜 다 대머리일까? 대머리 시간 도둑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나기 전에 모모를 잡으러 몰려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에 모모는 정확히 반 시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와 호라 박사의 도움으로 시간 도둑들을 무찌르고, 시간 창고에 저장되어 있던 시간의 꽃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다시 길 한복판에 나와 놀았고, 어른들은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으며, 사람들은 다정하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의 남은 시간도 가슴 벅찬 일들로 채워 나가리라!



이미 현대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효율성에 내몰려 떠밀려가듯이 사는 삶이 정말 최선의 삶인지 다시 돌이켜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3일씩 걸리던 우편물도 이제는 당일 배송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는데,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계의 거리는 더 멀어진 것 같다. 지금의 모습들이 미하엘 엔데가 바라던 미래의 그림은 아닐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모습들은 어린이집으로, 회사로, 집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서도 발을 동동거리며 쫓기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미래를 위해 워커홀릭에 빠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아끼고 있는 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모모>는 다시 찾아와 분주하게 나를 영업하고 있던 회색 신사들을 무찔러 주었다.



여러분~~ 아이와 반짝이는 눈을 맞추고, 가족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회색 신사들에게 빼앗기지 말아요!!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미 유명한 <모모>지만, 여전히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아이와 눈 맞출 시간이 없다고,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족 :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는 라틴어로 초 분 시를 뜻한다. 시분초 박사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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