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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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으로 이선 프롬의 뒤통수를 후려친 이디스 워튼을 만났었다. 지 발등 자기가 찍은 이선 프롬을 보며 아니 어떻게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놓았을까,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과연 그녀가 보여주는 공포물은 어떤 느낌일까?


<편지>


네 편의 단편 중에서 <편지>엔 유령은 나오지 않지만 이디스 워튼은 사람 뒤통수치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신 듯. 1910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데, 정말 대단하다. 저변에 깔린 비밀들을 읽어 나갈수록 러브 스토리라고 생각했던 첫 느낌은 과감하게 깨져버렸다. 들어내지 않는 이야기에 더 후덜덜한 느낌이랄까? 내가 원하는 주도적 삶을 살아갈지 한쪽 눈을 감고 살아가야 할지의 문제는 한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생각해 볼 화두를 던진다.


<빗장 지른 문>


공포하면 살인사건이지.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유산을 상속받아서 이제 돈 걱정 없이 극작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휴버트. 하지만 세상이 공평한 건지 신이 공평한 건지 그에겐 글쓰기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 ㅍㅎㅎㅎ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은 높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휴버트.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는지 이디스 워튼의 글발은 정말 부럽다. 자신이 딱 한 번 성공한 경험이 있었던 휴버트는 과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인가?


<석류의 씨>


샬럿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주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의 보호 아래 안정된 삶을 위해 선택한 결혼이었지만 그 대신 샬럿은 주부로서의 역할만이 강요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변호사인 남편은 바쁘게 살지만 그녀와 일에 대해선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집으로 온 회색 봉투는 누가 보낸 것이고, 남편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석류와 관련된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바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와 관련이 있다. 제우스와 데메테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하데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하데스는 그녀와 결혼을 하기 위해 지하세계의 음식인 석류를 먹으면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에 페르세포네는 기쁜 마음으로 석류를 먹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었는데 엄마 데메테르가 너무나 슬퍼해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제우스의 중재로 1년에 4개월은 지하세계에서 지내게 되고 나머지 8개월은 엄마 데메테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편지는 지하세계에서 온 것일까?


<하녀의 종>


하틀리는 하녀로 일할 집에 도착하고 복도에서 만나게 된 앞치마를 두른 하얀 얼굴에 마른 여자를 봤지만 그 여자는 하틀리를 의식하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집 안에는 마님의 방에서 하녀들의 방에 연결된 종이 있었는데 종을 사용하지 않고 하녀를 시켜서 하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하녀의 종은 애그니스를 부를 때만 울렸다. 전에 이 집에서 일했던 에마 색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다들 당황한다는 사실. 죽었다는 에마 색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집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왜 하녀의 종은 사용하지 않는 거지?


새롭게 만나본 휴머니스트의 세계문학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읽어본 <석류의 씨>는 1인 4색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이제 이디스 워튼의 장편소설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세계문학하면 톨스토이나 헤밍웨이가 떠올랐는데 흄세 시리즈로 여성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았다. 다음 시즌은 영미권이 아닌 낯선 나라들의 문학을 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4개월마다 선물 받는 기분으로 휴머니스트의 흄세 시즌 2를 기다려본다.



p.s. 판형도 작고 가벼워서 핸드백에 쏙 들어가게 생겼다. 외출할 때 가볍게 챙겨서 늦을지도 모를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에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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